플라톤·칸트에서 괴테·막스 베버까지…대가들의 사상 망라한 전집 출간 '활기'

입력 2021-07-21 18:07   수정 2021-07-21 23:57


플라톤·아리스토텔레스에서 이마누엘 칸트와 요한 볼프강 폰 괴테를 거쳐 카를 마르크스와 막스 베버까지…. 서구 사상사의 골간을 이루는 대가들의 사상 전체를 망라한 전집·선집 출간 작업이 활기를 띠고 있다. 언제 마칠 수 있을지 모르고, 자칫 무모해 보일 수도 있지만 대사상가들의 사상 전체를 원전 번역으로 담아내려는 시도다.

이런 흐름의 앞줄에 선 출판사가 도서출판 길이다. 빛은 안 나고 품은 많이 들고, 경제적 부담이 큰 대형 작업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길은 최근 막스 베버의 학문연구 방법론이 담긴 《문화과학 및 사회과학의 논리와 방법》과 《가치자유와 가치판단》을 출간했다. 김덕영 독일 카셀대 교수가 책임기획·번역을 맡아 막스 베버 선집 전 10권 중 1차분 두 권을 먼저 내놨다.

앞으로 《직업으로서의 과학·직업으로서의 정치》 《사회경제사》처럼 널리 알려졌고 기존 번역서가 나와 있는 책뿐만 아니라 유교와 도교, 힌두교와 불교, 고대 유대교 등을 다룬 《종교사회학》 시리즈, 《이해사회학》 등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주요 작품들도 초역할 계획이다. 개인이 베버의 주요 저작 대부분을 번역하는 것은 미국과 영국, 프랑스, 일본에서도 찾을 수 없는 독보적인 사례다. 선집 완간까진 15년가량이 걸릴 전망이다.


길은 지난 5월 카를 마르크스와 프리드리히 엥겔스의 자필 원고를 후대의 왜곡 없이 원형 그대로 편집한 마르크스-엥겔스 전집(MEGA)의 첫 두 권인 《경제학 비판을 위하여 1861~63년 초고》 제1분책(경제학 비판을 위하여 2)과 제2분책(잉여가치론 1)도 내놨다. 출간 한 달 만에 초판 1000권을 모두 소화했다. 2023년까지 1차분 17권을 발간하고, 이후 중복 부분을 제외한 71권 77책(160여 권 분량)을 번역할 계획이다.

조대호 연세대 교수가 주도하고 있는 아리스토텔레스 선집 1차분도 연말께 선보일 예정이다. 국내에 거의 소개되지 않았던 자연학, 자연철학 분야의 저작을 다수 포함해 주로 ‘형이상학자’로 알려졌던 아리스토텔레스의 또 다른 면모를 조명한다는 구상이다. 전영애 서울대 명예교수와 함께 2019년 《파우스트 1·2》를 내며 시작한 괴테 선집 번역도 올해 《서동시집》을 출간하는 등 속도를 낼 예정이다.

플라톤의 경우 전집과 선집이 완간됐거나 종착지에 가까워지고 있다. 문학 전공자로 라틴어·희랍어 원전 번역을 개척했던 천병희 단국대 명예교수가 2019년 플라톤 전집(도서출판 숲)을 완간한 데 이어 고대 그리스·로마 원전연구자 모임인 정암학당이 2007년부터 이제이북스를 통해 내놓던 플라톤 전집도 2019년 아카넷으로 출판사를 옮겨 진행 중이다. 이미 《소크라테스의 변명》 《알키비아데스》 등 23종의 번역서가 나와 1~2년 안에 전집 완간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다. 박종현 성균관대 명예교수도 서광사에서 플라톤 전집 간행 작업을 진행 중이어서 전문가들에 의한 다양한 전집이 갖춰질 것으로 보인다.

관념론 철학을 완성한 칸트의 전집 완간 작업은 한국칸트학회 소속 34명의 학자(한길사)와 백종현 서울대 명예교수(아카넷)가 경쟁하고 있어 흥미롭다. 백 교수가 최근 《학부들의 다툼》을 내놨고 올초에는 칸트학회가 《비판기 이전 저작Ⅰ·Ⅲ》를 출간했다. 이들은 ‘경험으로부터 독립적인’이라는 뜻의 ‘아 프리오리(a priori)’를 ‘선험적(先驗的)’(백 교수)이라고 번역할지 원어의 음 그대로 ‘아 프리오리’(칸트학회)로 옮겨야 할지 등을 두고 학문적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이승우 도서출판 길 기획실장은 “미국과 유럽 주요국은 물론 20세기 초·중엽에 주요 사상가 전집을 갖춘 일본에 비해서도 한국의 주요 고전 번역은 한참 늦었다”며 “뒤늦게라도 원전을 바탕으로 전집 번역이 이뤄지는 것은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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