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로봇 슈트 개발을 총괄하고 있는 사람은 공경철 KAIST 기계공학과 교수(사진). 작년 11월 국제 장애인 로봇 올림픽인 ‘사이배슬론’에서 세계 1위를 기록해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많은 로봇 중 왜 장애인을 위한 로봇을 개발한 것일까.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만난 공 교수는 “어릴 적부터 장애인 친구를 접하면서 도움을 줄 수 있는 로봇을 만드는 걸 꿈꾸게 됐다”며 “‘사람을 돕는 로봇’을 제작하는 것은 모든 로봇 과학자의 숙원”이라고 말했다.
그가 개발한 로봇 슈트만 세 종류다. 대표적인 것은 ‘워크온슈트’다. 하반신 완전 마비 장애인의 보행을 보조하는 외골격 형태를 갖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개발한 의료용 재활 로봇 ‘엔젤렉스’는 부분 마비 환자의 보행 훈련을 돕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작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이 최초로 도입했다. 올해는 추가로 전국 10여 개 병원에서 재활 로봇을 도입할 예정이다.
지난달에는 워크온슈트 기술을 기반으로 KAIST와 대한장애인체육회가 ‘장애인 로봇체육대회’를 열기로 손을 맞잡았다. 공 교수는 “장애인 체육에 있어서 장비의 발전은 필수”라며 “로봇 기술이 접목된 장애인 체육대회가 공식 대회로 지정되면 대중적 관심도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교수이면서 스타트업 엔젤로보틱스 대표다. 기술개발을 위해 창업을 결심했지만 과정은 험난했다. 2014년 첫 창업 당시엔 투자처를 찾지 못해 난항을 겪었다. 2016년 열린 사이배슬론 1회 경기에서 로봇의 파일럿을 담당해준 하지마비 장애인 김병욱 씨의 활약으로 3위를 기록하면서 LG전자 등으로부터 투자받아 재창업할 수 있었다.
“좋은 로봇이라도 사용자가 불편하면 무용지물이죠. 병욱씨가 개선점을 알려준 덕분에 로봇 슈트가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작년 대회도 함께해 결국 1위를 달성했고요.”
사회적 약자를 위한 기술인 만큼 공 교수가 얻는 보람도 남다르다. 특히 보행 장애를 앓는 어린이가 조금씩 걷게 될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공 교수는 “보람이 커지는 만큼 책임감도 크게 느낀다”며 “개발한 기술에 대한 목표도 더욱 커진다”고 전했다. 공 교수의 장기 목표는 고령사회를 대비한 제품을 시장에 선보이는 것이다. 공 교수는 “‘100세 사회’에서는 웨어러블 로봇이 노인을 위한 해법이 될 수 있다”며 “산업 현장에서 사용 가능한 제품도 개발할 것”이라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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