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최고기온이 36도까지 치솟은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 골목. 집 앞마다 빨간색, 파란색 플라스틱 의자를 꺼내 앉은 노인들이 분주하게 부채질하며 한숨을 쉬고 있었다. 80대 할머니 A씨는 “에어컨 설치할 공간도 없는 좁은 방에서 여름을 지내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라며 “해마다 여름은 계속 더워지는데 살길이 막막하다”고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당장 폭염으로 생활에 곤란을 겪는 노인이 많아졌지만 코로나19로 무더위 쉼터에 수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실효성 있는 지원책을 계속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특히 취약하다고 판단되는 노인 3만3375명에 대해선 폭염 안부 확인을 강화하기로 했다. 폭염 특보가 내려지면 수행인력 3020명이 노인들에게 안부 전화를 하면서 폭염 예방수칙 등을 알려주는 식이다.
온열질환자도 지난해보다 늘어나는 분위기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19일 전국에서 온열질환자 13명이 발생했다. 올 들어 온열질환자는 총 474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43명)보다 38.2% 증가했다. 온열질환은 열로 인해 발생하는 급성 질환이다. 특히 노인은 체온을 낮출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온열질환에 더 취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종로구는 다음달 15일까지 탑골공원 일대를 찾는 노인에게 얼음물 1000개를 지원하겠다고 이날 발표했다. 종로구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로 주요 사회복지시설 운영이 축소되고 무료급식소도 대부분 문을 닫았다”며 “이달 탑골공원을 찾은 취약계층 노인 수가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고 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 3평 남짓한 쪽방에 고립되면 더 위험하다”며 “경제적 지원만 늘릴 게 아니라 대면 방문 등을 통해 지속적인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지은/장강호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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