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발전설비시스템 기업인 포미트는 2014년 쿠웨이트를 시작으로 중동 발전시장에 진출했다. 중동 여러 업체와 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던 지난해 초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수년간 공들인 프로젝트가 수포가 될 위기를 맞았다. 포미트는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 강점인 발전설비 정보통신기술(ICT)을 앞세워 스마트팜 사업에 뛰어들었다. 중동 지역에서 코로나19 여파로 식량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스마트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역이용한 것이다. 포미트는 스마트팜 업체 플랜티팜과 컨소시엄을 이뤄 쿠웨이트와 올 4월 172만달러(약 20억원) 규모의 수직농장 계약을 맺었다. KOTRA 무역관이 타당성 조사와 현지 네트워킹 등 단계별 수주 활동을 적극 지원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KOTRA는 K방역, 화장품, 디지털, 반도체 제조용 장비 등에서 중소기업이 속속 성과를 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경기회복 영향도 있긴 하지만 중소기업들의 잇단 혁신적 발상이 새로운 시장 개척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9월 서울 청담동 미용실 헤어디자이너인 이승환 대표가 창업한 링프리가 좋은 사례다. 링프리는 장시간 마스크를 착용하는 의료인과 미용업소 종사자를 위해 끈 없는 마스크를 개발했다. 같은 해 12월 특허도 출원했다. 당초 수출 계획은 없었지만 KOTRA의 상담 지원을 받아 올해 일본 시장을 뚫는 데 성공했다. 지금까지 8만달러 규모의 수출 계약을 맺었고, 추가 발주도 예상된다.
내수기업이 프리미엄 제품을 내세워 수출에 성공한 사례도 있다. 국내 팝콘시장 점유율 90%를 차지하고 있는 밀알케이는 코로나19 여파에도 지난해 첫 수출에 성공했다. 질 좋은 강원도산 옥수수를 사용해 일반 팝콘에 비해 가격이 두 배가량 비싼 프리미엄 팝콘을 싱가포르에 수출했다. 합성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은 건강한 팝콘이라는 이미지를 내세워 현지 바이어들의 관심을 끌었다.
배우 손예진 씨를 모델로 써 ‘손예진 화장품’이라고 불리는 화장품업체 마녀공장도 지난해 4년 만에 일본 수출에 성공했다. 2016년 이후 일본 수출이 중단됐지만 코로나19를 뚫고 새 시장을 개척한 것이다. 비결은 온라인 유통망과 현지 인플루언서였다. 코로나19로 대면 상담이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일본의 대표적인 온라인 유통망인 ‘라쿠텐시장’을 적극 공략했다. 이 회사의 올 1~5월 일본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28% 늘었다.
중소기업의 잇단 ‘수출 선전’에 따라 전체 수출액 대비 중소기업 비중이 2016년(20.1%)에 이어 5년 만에 20%대를 회복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중소기업 수출 비중은 2018년 17.4%, 2019년 18.6%에 이어 지난해 19.7%로 높아졌다. 유정열 KOTRA 사장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수록 수출 첨병이 되는 KOTRA 역할은 더 중요해질 것”이라며 “모든 임직원이 중소기업의 수출 지원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강경민/민경진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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