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혈 한 번으로 암을 1기에서 진단할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았습니다. 2023년 상용화를 목표로 암 조기진단 플랫폼을 개발하겠습니다.”
김태유 아이엠비디엑스 대표(사진)는 21일 “소량의 혈액(20mL)으로 암 발병과 관련된 106개 유전자의 변이를 확인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아이엠비디엑스는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기반 암 진단 기술을 연구하는 바이오 벤처다.
아이엠비디엑스는 진단업계에서 ‘한눈팔지 않는’ 기업으로 꼽힌다. 유전자분석 기술이 있는 기업들은 소비자직접의뢰(DTC) 유전자분석 서비스나 건강기능식품, 코로나19 진단키트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히는 경우가 흔하다. 이 회사는 사업 확장 대신 액체생검에 주력하고 있다. 액체생검은 암 조직을 직접 채취할 필요 없이 소변이나 혈액만으로 암을 진단하는 기술이다.
아이엠비디엑스는 액체생검을 통한 암 진단 데이터를 서울대병원, 서울성모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등에서 약 5000건 수집했다. 연내 1만 건을 확보할 계획이다. 국내 액체생검 기업 중 임상 데이터 확보 속도가 빠른 편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서울대병원 암병원장을 지낸 김 대표가 그간 축적한 임상 역량과 네트워크를 활용해 의료 현장과 임상 진단 서비스를 연결한 게 주효했다. 이 회사는 전국 지역별 거점병원에도 암 진단 서비스 공급을 추진 중이다.
암을 초기에 진단하기 위해선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NGS를 활용한 액체생검 방식은 암세포에서 떨어져 나온 DNA인 ‘ctDNA’를 혈액 속에서 걸러내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3~4기 암인 경우 혈액에 떠다니는 DNA 중 ctDNA 비율은 약 10% 수준이다. 이 단계에서 암 관련 DNA를 찾는 기술은 이미 나와 있다. 하지만 발암 초기 단계에선 이 비율이 0.1% 이하로 줄어든다. 그만큼 DNA 검출이 어렵다는 얘기다. 게다가 건강검진처럼 특정 암종이 아닌 주요 암종을 모두 검사하는 경우엔 염기서열에서 암종별로 변이가 나타나는 유전자만을 골라내 검사하는 기술도 필요하다.
아이엠비디엑스는 이런 난제들을 극복하고 2023년 암 조기진단 플랫폼을 상용화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재는 ctDNA 검출 능력을 기존의 네 배로 끌어올려 암 재발 여부를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보다 6개월 빨리 알 수 있는 서비스를 상용화했다. 검사비는 75만원이다. 이 회사는 암 환자와 정상인의 유전자 차이를 분석해 조기진단에 활용할 수 있는 검사 표적들을 선별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조기진단을 임상 현장에 적용한 뒤 내년 하반기에 상장하는 게 회사 측 목표다. 김 대표는 “어떤 질병이든 최고의 치료는 예방”이라며 “액체생검을 활용한 암 진단 플랫폼을 수도권만이 아닌 지방에도 보급해 국민이 향상된 의료 여건을 누릴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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