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이 부회장의 가석방 가능성이 알려지자 경제계 인사들 반응은 두 갈래로 나뉘었다. 대체로 “가석방이라도 옥중에 있는 것보단 리더십 공백을 해소하고 주요 의사결정을 적극적으로 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이 부회장이 그간 코로나19로 면회가 제한되면서 삼성의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M&A)은 사실상 멈춰진 상태였다.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EU) 등이 반도체 패권 전쟁을 벌이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지 못하는 것도 이 부회장의 부재 때문이라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한국의 대표 기업인 삼성이 미래전략을 짤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에서도 이 부회장이 현장에 나와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됐다. LG와 SK 등이 전장(자동차 전자장비)과 바이오, 배터리 등에 대규모 투자를 확대하는 동안 삼성은 이렇다 할 미래사업을 제시하지 못해서다.
하지만 가석방 심사로 사면 가능성이 줄어든 데는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가석방으로 풀려날 경우 해외로 나갈 때마다 법무부 승인심사를 받는 등 거취에 제한을 받기 때문이다. 한 기업 관계자는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의 정상들을 만나며 투자안을 의논하고 있다”며 “반면 이 부회장은 가석방으로 나온다 해도 글로벌 경영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등이 가석방 상태임을 이유로 이 부회장의 퇴진을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부담이다. 이 부회장의 행보마다 건건이 시비 논란이 일 수 있다.
삼성 내부에서는 여론의 역풍을 의식해 관련 언급을 극도로 조심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국민들로서는 가석방과 사면의 차이를 크게 느끼지 못한다”며 “사면되면 좋지만 오히려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가석방 가능성이 너무 크게 부각되면 가석방심사위원회 위원들이 특혜 시비 등을 걱정해 결정에 부담을 느낄 수도 있다”며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기다리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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