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감염 발생 백화점 입구에 'QR코드'…방문객 반응은? [현장+]

입력 2021-07-22 06:19   수정 2021-07-22 06:24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4차 대유행하는 가운데 최근 서울의 한 대형백화점이 코로나19 집단감염 고리가 된 이후 방문객 출입명부작성 제도를 시범 도입했다. 방역당국은 시범운영 상황을 지켜본 뒤 대형유통업체의 방역수칙을 정비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일부 방문객들 사이에서는 출입명부작성의 실효성을 두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1일 서울 강남구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을 찾은 주부 박모씨(54·여)는 "다른 백화점에서는 QR코드 찍으라는 말을 들은 적이 없는데 여기선 찍으라고 해서 의아했다"며 "(QR코드를 찍는 일이) 힘든 것도 아니니 그다지 불편할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사람이 없는 평일에는 전혀 문제 될 것이 없을 것 같긴 하지만 사람이 몰리는 주말에는 입장이 늦어져 불만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방문객 김이랑 씨(33·여)는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것이라면 조금 더 기다려서 출입명부를 작성하는 것이 대수겠냐"라며 "줄이 길어져 입장까지 30분 기다려야 한다고 해도 지켜야 하는 사항이라면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그러면서도 백화점 출입구에서만 출입명부 관리를 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그는 "비슷한 시간에 같은 백화점 점포를 방문했다고 해서 다 밀접접촉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 같다"며 "백화점에 입점한 매장별로 출입자를 관리해야 실질적인 효과가 있는 것 아닌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은 이달 13일 QR코드와 안심콜로 방문객 출입을 관리하는 방식을 시범 도입했다. 지하주차장을 포함한 출입구 13곳에서 모두 출입명부를 관리하고 있으며 방문객이 몰려 출입구가 혼잡해지는 걸 막기 위해 입구마다 최대 6대의 QR코드 리더기를 설치했다. 혼선을 방지하기 위해 1~2명의 직원도 각 출입구에 배치했다.


현재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등 대형 유통매장을 출입할 때는 출입명부작성이 의무화돼 있지는 않다. 대형 유통매장은 유동인구가 많은 데다 출입구가 여러 개여서 출입자를 관리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매장에 출입해도 방문객들이 마스크를 벗지 않고 이동한다는 점도 고려됐다.

하지만 최근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서 대규모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백화점 방문객을 특정할 수 없어 역학조사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 문제로 제기됐다. 당시 중앙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긴급재난문자를 보내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방문자는 가까운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아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강남구 선별진료소에는 긴 줄이 이어졌고 일부 진료소에서는 검사 키트 수량이 부족해 검사가 중단되기도 했다.

방역당국은 조만간 대형유통업체와 관련한 구체적인 방역수칙을 마련할 계획이다. 중대본은 지난 20일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백화점 등 대형유통매장 출입명부 관리 강화방안'을 보고받고 관련 내용을 회의에서 논의했다. 이날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 정례브리핑에서 "정부는 유통매장 출입명부 관리 시범적용 상황을 모니터링하며 지방자치단체·업계 등과 협의해 구체적 방역수칙을 다음주 중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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