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을 이야기할 때 회계가 어떻고, 전략이 어떻고, 영업이 어떻고, 기술이 어떻고, 인력 관리가 어떻고 등등 많은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경영의 가장 기본은 회사의 돌아가는 내용을 그것이 회계이든 기술이든 영업이든 먼저 잘 보고 잘 관찰하여 잘 측정하는 데 있다. 이것이 선행되어야 무엇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알게 되고, 이는 경영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는 흔히 경영의 효율을 마른 수건에 비교하곤 한다. 임직원들은 수건이 말라서 더 짤게 없다고 한다. 경영자는 마른 수건도 더 짜라고 한다. 그러면 임직원은 마른 수건을 더 짜오곤 한다. 어떻게 마른 수건이 더 짜질 수 있을까? 그것은 제대로 보지 못하면 마른 수건이었던 것이, 제대로 보기 시작하면 젖은 수건이 되기 때문이다.
경영을 잘 하기 위해서는 먼저 경영 대상에 대한 관찰능력이 있어야 한다. 관찰능력을 얻으면 그 때는 그 대상을 제대로 제어할 수 있는 제어능력을 찾아 나갈 수 있다. 부연하면, 관찰능력이란 회사 구석 구석에서 일어나는 제반 문제와 상황을 분명하고 일목요연하게 관찰할 수 있는 능력을 일컫는다. 제어능력이란 관찰능력을 바탕으로 파악된 회사의 문제와 상황을 원하는 방향으로 풀어 나갈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이런 관찰능력과 제어능력에 첨단 IT기술인 IoT, 빅데이터, AI 등을 활용하여 그 수준을 한 차원 똑똑하게 높이는 것이 소위 ‘스마트’로 표현되는 ‘스마트한 관찰능력과 제어능력’이다. 이는 첨단 IT기술을 경영에 도입하는 4차산업혁명 시대의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이 된다.
이런 스마트 개념이 공장에 도입되어 활용되면 그것이 스마트 팩토리이고, 도시에 도입되어 활용되면 스마트 시티이고, 일반 경영에 도입되어 활용되면 스마트 경영이다. 이렇듯 스마트 개념을 적용하여 디지털 전환을 이루어 낼 수 있는 분야는 수없이 많다.
이런 스마트를 한 단계 깊이 파고 들면, 관찰, 분석, 제어의 3 가지 과정으로 나눌 수 있다.
▶관찰: 제반 문제나 상황을 먼저 잘 관찰한다.
▶분석: 관찰한 것들을 잘 분석한다.
▶제어: 분석 결과에 따라 그 대상을 잘 제어한다.
각 과정들을 잘 수행하기 위하여 첨단 IT기술이 필요하고, 관찰에는 IoT가, 분석에는 빅데이터가, 제어에는 AI가 활용된다. IoT란 살펴보아야 할 문제나 상황들을 감지하여 데이터로 만들어, 이를 네트워크를 통해 모아서, 잘 관찰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분석이란 이렇게 모아진 데이터로부터 어떤 통찰을 얻는 것이다. 이를 위한 첨단 IT기술의 대명사가 빅데이터이다. 데이터를 통해 통찰을 얻으면, 이에 따라 그 대상을 어떻게 지능적으로 제어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방법론이 필요하고, 이를 위한 최상의 방법론이 AI이다.
여기에서 융합이란 디지털 전환의 적용 대상인 전문 분야와 첨단 IT기술의 융합이다. 그런 전문 분야를 기술 용어로 ‘도메인’이라 부른다. 예를 들면 철강 업체에게는 철강이 도메인이고, 건설 업체에게는 건설이 도메인이고, 패션 업체에게는 패션이 도메인이다.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을 위해서는 해당 분야의 도메인 지식과 첨단 IT 지식의 융합이 필요하다.
이때 융합의 주연은 도메인이고, IT는 조연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주연과 조연이 바뀌는 경우가 허다하다. 디지털 전환이란 개념이 IT 영역에서 시작되었고, 그 근간이 되는 첨단 IT기술도 IT 전문가들이 더 잘 알고 있다. 이 때문에 기업이 디지털 전환을 처음 시작할 때 IT 전문가의 목소리가 커져서, 그들이 주연 역할을 고집하여, 도메인 전문가들은 조연 역할로 밀려나는 경우가 흔하다.
이런 모습은 상당한 문제를 낳는다. 도메인에 대한 구체적 지식과 목표 없이, IT기술 위주로 형식에 치우친 디지털 전환이 진행되는가 하면, 도메인 전문가들은 점차 관심을 잃게 되기도 한다. 심하면 그들이 디지털 전환을 암묵적으로 방해하게 만들기도 한다.
해당 분야 도메인 지식이 부족한 채로 그냥 IT기술로만 디지털 전환을 하려 드는 것은 주연과 조연의 역할이 바뀐 것과 다름없다. 마치 화려하지만 몸에 맞지 않아 도리어 불편한 옷을 사람에게 입히는 꼴과 같다. 원하는 목적을 이루기는커녕, 디지털 전환에 대한 막연한 반대나 무용론을 불러일으켜, 비용은 높이고 효율은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는다. 사람에게 맞춤옷을 만들듯이, 허울만 화려한 것이 아닌 꼭 필요한 가치를 도메인 지식을 활용하여 찾아내도록 하고, 이를 지원하는 역할을 IT기술이 하도록 하여야 한다. 도메인과 IT가 함께 융합하여 진행해 나가야 할 디지털 전환의 중요 과정은 다음과 같은 질문에서 시작된다.
▶IT만으로 생각하는 개념적 가치가 아니라, 도메인과 융합되어 현장에 의미 있는 어떤 실질적 가치를 추구할까?
▶그 융합으로 추구할 가치가 도출되었다면, 이를 얻어낼 구체적 방법론은 무엇일까?
▶어떻게 하면 그 방법론을 첨단 IT기술을 활용하여 효율적으로 구현할 수 있을까?
디지털 전환에는 도메인과 IT 지식의 융합이 필수지만, 그 두 가지 지식은 성격이 조금 다르다. IT 지식은 적용되는 전문 분야와 관계없이 대부분 유사하다. 이는 IoT, 빅데이터, AI, 플랫폼, 네트워킹 등의 기술로 대변되며, 한 전문 분야에 쓰인 IT기술은 조금만 수정해서 다른 분야에서도 활용 가능하다. 반면 도메인 지식은 그렇지 않다. 대상 전문 분야에 따라 각각 다르다. 철강 전문 지식은 건설에 도움되지 않고, 건설 전문 지식은 패션에 도움되지 않는다.
디지털 전환에 성공하려면 IT기술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이는 방법론이고, 그 성공의 본질은 도메인과 IT 지식을 융합하여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는 데 있다.
물론 추상적 가치가 디지털 전환에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신사업 기회, 고객 충성도 등도 디지털 전환으로 얻어진다. 하지만 디지털 전환 초기에 이런 추상적 가치에 집중하다 보면 관념적으로 빠지기 쉽고 투자대비 효과를 가늠하기 힘들다. 이렇게 되면 디지털 전환이 계속 힘을 받기가 어려워진다.
디지털 전환의 중요성은 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면 할수록 그 효과가 증폭되어 나타나서, 갈수록 커지는 데 있다. 이른바 ‘포지티브 피드백’효과이다. 예를 들면, 디지털 전환으로 어떤 한 시점까지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AI를 활용하여 생산성 향상을 이루었다고 가정하자. 이러한 성공적 디지털 전환은 그 한 시점의 생산성 향상에 머물지 않고, 시간이 지나고 데이터가 더 쌓여가면서 더 큰 생산성 향상을 가져온다.
결국 디지털 전환에 성공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사이의 격차는 어느 한 시점의 고정적 격차에 머물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벌어지게 된다. 그 격차가 처음에는 미미하더라도 나중에는 메울 수 없는 격차가 된다. 이 격차를 ‘디지털 전환에 따른 격차’라 하며, 갈수록 더 커지는 데 그 위험성이 있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런 디지털 전환에 따른 격차에서 앞서는 기업이 되어야 한다. 이에 뒤떨어지면 머잖아 도태되어 기업의 생사조차 불분명해진다. 디지털 전환에 따른 격차는 모든 기업을 '디지털 포식자'또는 '디지털 먹잇감' 둘 중 하나가 되게 한다. 당신은 그 어느 편에 서고 싶은가? (최두환 저 ‘스마트팩토리로 경영하라’ 제1장 발췌)
최두환 스틱인베스트먼트 경영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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