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스님들이 방역수칙을 어기고 사찰 소유 숙박시설에서 '술파티'를 해 물의를 빚은 해남 대흥사가 22일 대국민 참회문(사과문)을 발표했다. 이날은 비수도권에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행정명령이 내려진 첫날이었다.
전남 해남군에 따르면 지난 19일 대흥사가 소유한 숙박시설에서 승려 10여명이 술과 음식을 먹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해남군 관계자가 현장에 나와 확인해 보니 승려 7명과 업주 1명이 둘러앉아 술을 마시며 식사를 하고 있었다. 목격자가 촬영한 사진에도 스님 여러 명이 식탁에 둘러앉아 술을 마시는 모습이 담겼다.
당초 이들은 방역수칙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숙박시설의 요청을 받아 장사가 잘되기를 기원하는 '안택고사'를 지낸 후 식사 자리가 마렸됐는데, 평소 함께 지내던 승려들끼리 절 안에 있는 장소에서 모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해남군이 "가족 동거인이 아니고 합숙 장소를 벗어난 숙박업 허가 장소에서 모임을 한 것은 방역 수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설명하자 위반 확인서에 서명했다. 승려 7명은 각 10만원씩 과태료를, 업주는 150만원의 과태료를 내고 10일동안 영업 정지 처분을 받게 됐다.
논란이 확산되자 대한불교조계종과 대흥사는 사과문을 발표했다. 아래는 이날 대흥사가 발표한 사과문 전문.
우주의 천지만물에 청수 올리어 참회합니다.
국민과 사부 대중 앞에 마음 다해 참회합니다.
지난 7월 19일(월) 저녁, 산내 도량에서(유선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대유행으로 전국적으로 방역단계가 강화되는 날, 방역수칙을 위반하는 물의를 일으켰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상황이 전국적으로 확산되어 국가적인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엄중한 시기에 안일한 행동으로 국민과 사부대중 여러분께 큰 실망감을 안겨드린 것에 대해 진심으로 참회 드립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이후 확산방지를 위하여 희생을 감내하며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경주해 왔던 종단의 모든 구성원 여러분들과 방역당국에게도 진심으로 참회의 마음을 전합니다.
오늘의 허물을 반면교사로 삼아 출가수행자의 신분으로 지켜야할 경계를 올곧게 세우고 지켜나가겠다는 초발심의 마음을 더욱 견고히 다지겠습니다. 청정한 출가수행자의 위의를 갖추고 본사와 종단의 발전을 위해서 더욱 쇄신 하겠습니다. 본사의 모든 출가 대중은 참회의 죽비로 스스로를 경책하며 하루가 천일처럼 천일이 하루처럼 매일 매일 간절한 참회발원을 이어가겠습니다.
이번 일로 실망하셨을 모든 분들의 질타와 경책을 겸허히 받아들여 안일했던 마음을 다잡고 치열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출가수행자 본연의 모습으로 수행정진 할 것이며 방역당국의 지침을 성실하게 이행하고 지켜나가겠습니다.
부처님 전에 향불 사뢰어 다시 한 번 국민과 사부대중께 거듭 참회 드립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