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KB금융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자산 포트폴리오 탄소 배출량’을 공개하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국내 금융회사가 자산 포트폴리오 탄소 배출량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혜숙 KB금융 ESG전략 부장은 “1000개 기업보다 1000개 금융사 힘이 훨씬 크다”며 “금융사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면 포트폴리오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사의 포트폴리오 탄소 배출량과 관련된 논의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됐다. 파리협정 목표에 부합하는 탄소 배출량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글로벌 이니셔티브인 ‘과학적 기반 감축 목표 이니셔티브(SBTi)’가 지난해 10월 금융사의 탄소 배출량 감축에 대한 가이던스를 공개하면서 글로벌 금융사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KB금융도 발 빠르게 대응했다. 가이던스가 나온 직후 ‘탄소회계금융협의체(PCAF)’의 방법론을 활용해 포트폴리오 탄소 배출량 측정에 나섰다. 특정 기업에 대한 KB금융의 대출액(투자액)을 해당 기업 가치(상장사의 경우 시가총액)로 나누고, 여기에 해당 기업의 총탄소 배출량을 곱하는 방법을 썼다. 100억원의 가치를 평가받고 있는 A기업이 KB금융에서 30억원을 빌렸다면 A기업 배출량 중 30%를 KB금융의 포트폴리오 탄소 배출량에 가산하는 식이다.
현재 SBTi에 가입한 글로벌 기업은 1577개로, 이 중 796개사가 감축 계획 승인을 받았다. 아직까지 금융사 중에선 목표를 승인받은 곳이 없다. KB금융의 감축 목표가 SBTi 승인을 받는다면 금융사로선 ‘세계 최초’가 될 수 있다. 다른 국내 금융사도 포트폴리오 탄소 배출량 공개를 준비 중이다. 신한, DGB금융 등이 SBTi에 구체적인 포트폴리오 탄소 배출량 감축에 대한 이행 계획 제출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탄소 배출량 감축과 관련한 이니셔티브에 참여하는 금융사가 늘어날수록 기업은 힘들어진다. 금융사가 대출받은 기업에 탄소 배출량 관련 보고서를 요구하거나, 배출량을 줄이라는 직접적인 요구를 해올 가능성이 높다. 탄소 배출을 줄이지 못한 기업은 아예 대출받지 못하는 시대가 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SBTi
탄소공개 프로젝트(CDP), 유엔 글로벌 콤팩트 등이 주도하는 과학적 기반 감축 목표 이니셔티브. 산업화 시대와 비교해 지구 온도 상승폭을 2도 이하로 억제하자는 파리기후협약을 실천하기 위해 기업의 탄소 배출량을 과학적으로 측정하고 인증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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