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기식·신약 동시에…몸값 뛴 마이크로바이옴

입력 2021-07-22 17:19   수정 2021-07-23 01:55

장내 미생물(마이크로바이옴)을 연구하는 국내 상장사 네 곳 중 두 곳이 같은 날 인수합병(M&A)되는 일이 벌어졌다. 신약 개발뿐 아니라 유산균을 활용한 건강기능식품 분야 확장이 가능하다는 판단에 마이크로바이옴 회사들의 ‘몸값’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몸값 높아진 마이크로바이옴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한 마이크로바이옴 연구 회사는 고바이오랩과 지놈앤컴퍼니, 천랩, 비피도 등이다. 이 가운데 천랩과 비피도의 최대주주가 지난 21일 바뀌었다. 식품회사인 CJ제일제당은 천랩을 983억원에 인수해 최대주주가 됐다. 천랩의 구주와 유상증자를 통해 발행되는 신주를 합쳐 44%의 지분을 확보할 예정이다. 아미코젠 역시 같은 날 비피도 지분 30%를 601억원에 인수했다.

CJ제일제당과 아미코젠이 M&A에 나선 이유는 첫째로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이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장내 미생물을 뜻한다. 사람 몸무게의 1~3%는 장내 미생물로, 한 사람의 몸 안에 약 100조 개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몸 안에 있는 유익균과 유해균의 균형을 조절해 질병을 고치거나 면역력을 높이는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아직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한 신약은 출시되지 않았다. 대부분 연구 초기단계로 후발 주자들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천랩은 마이크로바이옴을 이용한 항암제와 염증성 장질환, 간질환 치료제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항암제는 전임상을 거의 끝냈고, 연내 임상 1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비피도 역시 아토피와 과민성 대장증후군,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 신약을 개발하기 위한 비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천종식 천랩 대표와 지근억 비피도 대표 모두 서울대 교수 출신으로 탄탄한 연구 실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신약 개발에 가장 앞서 있는 회사는 미국 세레즈테라퓨틱스로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항생제 사용으로 장내 미생물의 균형이 깨진 환자에게 나타나는 유해균인 클로스트리듐 디피실을 억제하는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고형암이나 염증질환 치료제는 1~2상에 머물고 있다. 미국 비단타바이오사이언스가 고형암 임상 1상을, 미국 오셀이 세균성 질환을 고치는 신약으로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국내에선 고바이오랩이 건선과 아토피 치료제로 임상 2상을, 지놈앤컴퍼니는 면역항암제로 임상 1상을 하고 있다.
새 먹거리로 떠오른 건기식
CJ제일제당과 아미코젠이 더 주목하는 분야는 건강기능식품 분야다. 마이크로바이옴 시장에서 건강기능식품 부문 규모는 신약 부문을 압도한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 따르면 유산균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2019년 727억달러(약 84조원)였다. 치료제 부문(83억달러)보다 8.7배 정도 컸다.

한 바이오 애널리스트는 “‘락토핏’이란 유산균 전문 브랜드로 큰 성공을 거둔 종근당건강의 사례를 보면서 유산균 제품군 강화에 나선 것”이라며 “마케팅에 성공해 건강기능식품만 잘 팔아도 투자금은 쉽게 회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종근당건강은 락토핏의 선전에 작년 매출 4973억원, 영업이익 677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지근억 비피더스’로 알려진 비피도는 건강기능식품 등을 판매해 지난해 120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케이뉴트라’란 브랜드로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하고 있는 아미코젠은 이 부문에서 지난해 10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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