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살 상습학대 살해한 친모·계부, 징역 30년…오빠 진술 결정적

입력 2021-07-22 19:11   수정 2021-07-22 19:12


8살 딸을 굶기고 상습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친모와 계부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인천지법 형사15부(이규훈 부장판사)는 살인 및 아동복지법상 상습아동학대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친모 A씨(28·여)와 그의 남편 B씨(27)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각각 징역 30년을 선고했다고 22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들에게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10년 간 아동 관련 기관에 취업 제한도 함께 명령했다.

이들 부부는 올해 3월2일 인천시 중구 한 빌라에서 초등학교 3학년인 딸 C양(8)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망한 C양의 얼굴·팔·다리 등에는 멍 자국이 선명했고, 몸무게는 또래보다 10㎏가량 적은 13㎏였다. 또 사망 전까지 기저귀를 사용한 정황도 발견됐다.

경찰 조사 결과 A씨 부부는 C양과 오빠 D군(9)이 3년간 아동복지시설에서 지내다 집으로 돌아온 2018년 1월부터 학대를 본격 시작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 부부는 C양이 거짓말을 하고 대소변을 가리지 못한다는 이유로 주먹이나 옷걸이로 때리는 등 올해 3월 초까지 35차례 학대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지난해 8월부터는 이틀에 한번 꼴로 반찬 없이 맨밥만 주거나 물을 전혀 제공하지 않았고, C양 사망 이틀 전에도 밥과 물을 주지 않았다. C양이 거실에서 소변을 보자 옷을 모두 벗긴 채 찬물로 샤워를 시키고 물기를 닦아주지 않고 방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 과정에서 계부는 귀가 후 피해 아동이 이미 사망해 있었다고 주장하며 살인의 혐의에 대해 부인했다. 친모 역시 학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살인의 고의성은 전면 부인했지만 재판부는 사건 당시 현장에 있던 D군의 진술에 비춰 그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날 법정에서는 D군의 경찰 조사에서 엄마의 주장과 다른 진술을 한 사실이 공개됐다.

공개된 진술에 따르면 D군은 앞서 네 차례의 경찰 조사에서 "원격수업이 끝난 후 집에 와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는데 동생이 넘어지는 소리를 들었다. 엄마가 '얘 또 오줌쌌다'고 했고, 10~15차례 때리는 소리도 났다"고 말했다.

또 "화장실에서 샤워를 한 동생은 쭈그리고 앉아 떨었고, 엄마가 물기를 닦아주지 않았다. 평소에도 엄마는 찬물로 동생을 샤워시켰다"고 덧붙였고, "동생의 엉덩이와 발에서는 딱지가 떨어져 피가 나고 있었다"고 사망 전 C양의 몸 상태도 또렷하게 기억했다.

재판부는 D군의 진술에 대해 "직접 겪지 않고서는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구체적으로 진술했다"면서 "사건 당일뿐 아니라 피고인들의 과가 학대 등에 대해서도 범행 도구와 방법을 구체적으로 진술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은 영유아 보호시설에 맡겨진 피해자를 2018년 1월 집으로 데려온 뒤 3년간 점차 강도를 높여 체벌과 학대를 했고, 제한적으로 물과 음식을 제공해 영양불균형 등으로 사망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또 "피고인들은 훈육이었다고 주장하지만 학대 강도 등을 보면 정상적이지 않았다. 피해자는 만 8살 신체적 방어 능력이 부족한 아동으로 학대로 인한 신체적 고통이 극심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피고인들은 3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만 8살이 불과한 피해자를 학대, 유기, 방임했다. 일반적인 성인이라면 피해자의 사망을 당연히 예상할 수 있어 살인의 고의성도 추분히 인정된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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