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맨해튼의 타임스퀘어 앞 거리는 행인들로 붐볐다. 90% 이상이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 중 상당수는 관광객으로 보였다. 수시로 다니는 2층짜리 관광버스마다 빈 자리가 없었는데, 이들만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콜롬비아에서 단기 체류 목적으로 왔다는 소피아 씨는 “어제 도착하자마자 백신을 맞았는데 아직 불안한 건 사실”이라며 “뉴욕엔 팬데믹이 없는 것 같아 놀랍다”고 말했다.
뉴욕시도 관광객 유치에 적극적이다. 국적을 가리지 않고 백신을 무료로 맞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접종자에게는 관광 명소인 자유의 여신상 입장권과 시내 자전거 무료 이용권 등 다양한 선물도 준다.
이런 노력 덕분에 뉴욕 관광객이 급증세다. 타임스퀘어관리협회(TSDMA)에 따르면, 타임스퀘어를 도보로 여행한 사람은 지난달 하루 평균 16만9543명으로 집계됐다. 작년 동기 대비 2.82배 급증한 수치다. 다만 팬데믹 이전이던 2019년 같은 달과 비교하면 여전히 57% 적다.
타임스퀘어 인근에 있는 백신 접종소를 찾아가봤다. 예약 없이 접종을 맞으려는 사람이 10여 명 대기하고 있었다. 미국 시민권을 갖고 있다면 3주 간격으로 두 차례 접종하는 화이자, 관광객이라면 한 번만 맞아도 항체 형성이 가능한 존슨앤드존슨(얀센) 백신을 놓아주고 있었다.
관광객들은 여권을 통한 신원 확인과 간단한 의료 상담을 거쳐 차례로 얀센 백신을 맞았다. 접종 후 15분간 대기했다가 자유롭게 외부 활동에 나설 수 있다. 뉴욕 시내에서 관광객을 대상으로 얀센 백신을 접종하는 곳은 이날 현재 17개소에 달한다고 뉴욕 보건당국은 설명했다.
접종을 마친 관광객들은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발급한 ‘코로나19 백신 접종 확인서’를 받을 수 있다. 접종소 직원은 “관광객들의 접종 사례가 최근 들어 부쩍 늘어났다”며 “접종을 마치면 코로나에 감염되더라도 치명률이 크게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실제 미국 내 코로나 치명률은 크게 낮아진 상태다. 올 초만 해도 하루 3000~4000명에 달했던 사망자 수는 요즘 하루 200명 안팎에 불과하다. 이 중 상당수는 기저 질환을 앓고 있던 환자라는 게 보건당국의 얘기다.
코로나 사망자 수가 급감한 건 광범위한 백신 배포 덕분이다. 시민들이 “굳이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며 안심하는 가장 큰 배경이다. 미국의 전체 인구 대비 접종률은 이날 현재 56% 수준이다.
전염병에 대한 두려움은 상당히 사라졌으나 확진자 수는 다시 급증하고 있다. CDC에 따르면 지난 일주일간 하루 평균 신규 감염자 수가 3만7055명에 달했다. 그 이전 일주일과 비교하면 54% 급증한 숫자다.
백신이 넘쳐나는 미국에서도 접종 자격이 없는 만 12세 미만 어린이군(群)은 사각지대로 꼽힌다. 피터 호테즈 베일러의대 국립열대의학대학원 원장은 “어린이 감염이 늘고 있는데, (9월) 새 학기가 시작되면 새로운 고비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내 일각에선 실내 마스크 착용을 다시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리애나 웬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백신 접종자와 미(未) 접종자가 섞인 장소에선 실내 마스크를 의무적으로 쓰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뉴욕시의 병원 및 진료소 등은 다음달부터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매주 코로나19 검사를 의무화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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