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올해 상반기에 글로벌 가전 최대 경쟁사인 미국 월풀을 큰 격차로 따돌리며 생활가전 부문 선두에 올랐다. 월풀도 2분기 '깜짝 실적'을 올렸지만 '오브제컬렉션'과 교반식 세탁기 등을 앞세운 LG전자를 넘지는 못했다.
월풀은 22일(한국시간) 2분기 실적을 발표하고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1.7% 늘어난 53억2400만달러(약 5조97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시장 컨센서스(평균전망치) 50억5000만달러를 웃도는 실적이다.
하지만 이달 초 2분기 잠정실적을 공개한 LG전자는 생활가전(H&A사업본부)에서 6조8000억원의 매출을 올려 월풀에 앞섰다. LG전자의 2분기 생활가전 매출은 2분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로 추산된다. LG전자는 앞서 1분기에서도 매출 6조781억원을 기록해 월풀(약 6조원)을 7000억원 이상 앞섰다.
이에 따라 상반기 매출은 LG전자가 약 13조5000억원, 월풀은 11조9000억원가량으로 양사 격차가 1조6000억원가량 벌어지게 됐다.
월풀은 그간 연말 블랙 프라이데이 행사에서 실적을 대폭 끌어올리며 생활가전 매출액 세계 1위 자리를 지켜왔다. 지난해 LG전자는 상반기 월풀에 4800억원 앞섰지만 하반기 1조700억원 뒤지며 연간 1위 자리를 내줬다. 영업이익의 경우 LG전자가 월풀을 추월한 지 오래다. 지난해 생활가전 부문에서 2조3500억원의 영업익을 올려 월풀(1조8900억원)과 격차를 벌렸다.
올해는 격차를 더 벌렸다. 상반기에만 월풀과의 매출액 차이가 1조5000억원 이상 났다. 하반기에도 작년 수준 흐름만 이어진다면 연간 매출까지 LG전자가 세계 1위 자리를 노려볼 수 있게 됐다.
LG전자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에 따른 재택 수요 등에 힘입어 국내와 해외 전 지역에서 폭발적 매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LG전자가 공시한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LG전자의 지역별 매출 실적은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증가했다. 중국과 유럽에서 각각 59.4%, 43.5% 급증했고 중남미(31.9%)와 북미(28.8%) 등이 뒤를 이었다.
LG전자는 가전수요 증가에 창원공장을 풀가동 중이다.
지난 4월에는 미국 테네시에 있는 세탁기 공장에 2050만달러(약 229억원)를 투입, 생산라인을 증설하는 등 북미 수요 증가에도 대비하고 있다. 토마스 윤 LG전자 북미법인 최고경영자(CEO)는 당시 "LG 세탁기는 미국 고객들의 선택을 받으며 지난 수년간 매출이 두 자릿수로 증가해왔다"며 "테네시 공장 증설은 LG전자 세탁기에 대한 미국 시장의 전례 없이 높은 수요에 대응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북미 시장에서 LG 세탁기의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랙라인'에 따르면 2019년 △삼성 19.1% △LG 17.2% △월풀 15.7%였던 미국 세탁기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말 기준 삼성과 LG 모두 20~21%, 월풀이 14%대로 격차가 벌어졌다. 900달러 이상 프리미엄급 제품에선 삼성과 LG의 점유율이 30%에 육박했다.
월풀이 위기감을 느끼는 건 그나마 비교우위를 가졌던 보급형 세탁기마저 LG에 밀리고 있어서다.
미국의 대표적 소비자 매체 컨슈머리포트는 올 초 LG전자의 '교반식 세탁기'를 해당 부문 새로운 1위 제품으로 선정했다. 그동안 월풀이 1위를 놓치지 않았던 부문이다. 교반식 세탁기는 세탁조 안에 교반봉(Agitator)이 돌아가는 구조의 보급형 봉돌이 세탁기로 프리미엄 제품인 드럼 세탁기, 통돌이 세탁기와 함께 미국 세탁기 시장 점유율을 3등분하고 있는 주요 제품군이다.
LG전자는 그동안 프리미엄 세탁기 시장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교반식 세탁기를 출시하지 않다가 지난해 9월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경쟁사 대비 교반봉의 구조 디자인과 모션 제어를 개선한 제품을 선보였다.
특히 그간 교반식 세탁기의 단점으로 지적된 "상하 움직임이 부족해 세탁물이 깨끗하게 세척되지 않는다"는 고정관념을 바꾸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 결과 LG전자 교반식 세탁기는 컨슈머리포트가 평가한 교반식 제품 중 유일하게 '세탁 성능' 부문에서 만점을 받아 1위에 올랐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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