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펜트하우스'에 뜨자…"거기 집값 얼마냐" 전화 빗발

입력 2021-07-23 10:07   수정 2021-07-23 13:54

경기도 과천에 이어 성남 판교신도시에서 국평(국민평형)이라 불리는 전용면적 84㎡ 매매가가 20억원이 나왔다. 정부의 각종 규제와 '집값 고점' 경고에도 집값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지역 내 강남으로 수요가 다시 몰린 탓이다.

2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 '백현2단지 휴먼시아' 전용 84㎡가 지난 5일 20억5000만원에 매매됐다. 지난 2월 19억3000만원에 손바뀜이 있었던 이 주택형은 5개월만에 거래가 터지면서 지역 내 신고가를 경신하게 됐다. 앞서 최고가는 백현5단지 휴먼시아로 지난달 19억5500만원에 거래됐다.

판교신도시 아파트는 준공이 2009년 안팎으로 12년차인 아파트다. 보통 부동산 시장에서 준공된지 10년이 넘어가면 구축으로 불리면서 시세가 주춤하곤 한다. 하지만 강남의 매매와 전세가 동시 급등하면서 밀려내려온 수요자들이 다시 판교의 집값을 견인하고 있다.
거래되고 교통편리한 판교로 수요 몰려
경기도에서 전용면적 84㎡가 20억원을 넘긴 건 과천 정도였다. 재건축을 통해 새 아파트들이 연이어 들어서면서 거래마다 신기록이 나왔다. 지난해 입주한 '과천푸르지오써밋'은 지난 4월 20억원과 20억5000만원에 각각 매매계약이 나왔다. 올해 입주한 '과천 위버필드' 역시 지난달 20억1000만원에 거래되는 등 가끔 거래가 터질 때마다 신고가가 나오고 있다.

분당구 백현동의 A공인중개사는 "작년까지만해도 분당이나 판교 일대의 집값은 상대적으로 덜 올랐었지만, 올해들어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며 "강남의 전셋값이면 판교에서 집을 살 수 있다보니 강남쪽에서 문의가 많은 편이다"라고 말했다. 내년에 신분당선이 연장되다보니 강남 외의 지역에서도 문의가 있다고도 했다.

그는 이어 "입주 아파트에서 매물이 잘 나오지 않다보니 다시 판교 쪽으로 방향을 트는 수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신축에서 나오는 매물이 없다보니 구축으로 다시 돌아온다는 얘기다.

올해 판교 일대에서 백현동 '더샵 판교퍼스트파크'(1223가구)와 대장지구에 신축된 아파트들이 줄줄이 입주하고 있다. 하지만 양도세에 대한 부담으로 시장에 나오는 매물은 거의 없는 상태다. 더샵 판교퍼스트파크의 경우, 실거주 의무가 없다보니 전세와 월세 매물은 제법 있지만 매매로는 5건만 나와있다.

대장지구에서는 지난 5월부터 5개 단지에서 2085가구가 입주를 시작하고 있다. 판교더샵포레스트(529가구), 판교더샵포레스트(448가구), 판교퍼스트힐푸르지오(445가구), 판교대장힐스테이트판교엘포레(121가구) 등이다. 이들 단지 역시 전월세 매물만 나와있을 뿐 공개적으로 나와있는 매매는 없다. 간간이 물량이 있다고는 하지만 집주인과 전화로 네고(타협)를 거쳐 계약해야 하는 물건들이다. 인근 부동산에서는 '매매 접수'를 받고 있다.
16억대 굳혀가는 광교 집값…TV 출연 효과까지 '톡톡'
신분당선을 타고 광교신도시로 남하하는 수요도 늘고 있다. 광교신도시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전용 84㎡가 15억원을 넘고 매매가가 이를 중심으로 안팎의 거래가 많았다. 아무래도 15억원을 현금으로 매입이 가능하다보니 매수자와 매도자 간의 줄다리기가 있었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대장 아파트를 중심으로 16억원대를 굳히는 모습이다.

이달들어 15억원 이상에 거래된 아파트가 2개 추가됐다. 수원시 영통구 이의동 '자연앤힐스테이트'가 16억3000만원(17층)에, 'e편한세상 테라스 광교웨스트힐'이 15억4000만원에 각각 거래됐다. 이전에 15억원을 넘는 아파트는 광교중흥S-클래스 뿐이었다.


광교중흥S-클래스는 광교에서 대장아파트로 시세를 주도하고 있다. 이달들어 전용 84㎡는 16억5000만원에 매매됐고, 전세는 9억2000만원으로 최고가를 찍었다. 호수 조망이 가능한 전용 109㎡(옛 44평)도 고공행진이다. 지난달 27억원에 매매계약이 성사됐고, 이달에는 10억7000만원에 전세계약이 체결됐다. 전용 129㎡에서는 지난달 32억5000만원의 집값이 나오면서 지역 내 최고가를 기록했다.

광교신도시의 재밌는 점은 광교가 TV드라마나 예능프로그램 등에 등장할 때마다 서울 수요자들의 문의가 늘었다는 것이다. 지난 3월 SBS드라마 '펜트하우스'에 야경이 등장하면서 단지 내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전화가 빗발쳤다는 게 현지에서의 얘기다. 이후에도 MBC의 '구해줘 홈즈'라던지 농구선수 출신으로 유튜버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하승진씨가 집을 공개한 후에도 외지에서 전화가 부쩍 늘었다.

이의동의 B공인중개사는 "안 믿겨 지겠지만 사실"이라며 "드라마 '펜트하우스' 보고 멋져서 구경왔다는 분들도 있고, TV나온 다음날은 서울에서 전화문의가 바로 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을 떠나서 어디가 대안이 있겠는가 싶었다가 때마침 TV에 등장하다보니 관심이 가는 게 아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셋째 주(19일 기준) 수도권의 아파트 매매가는 0.36% 올라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12년 5월 이후 9년 2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서울이 지난주 0.15%에서 이번 주 0.19%로 상승폭이 커져 1년 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경기는 0.40%에서 0.44%로, 인천은 0.44%에서 0.46%로 각각 상승률을 키웠다.

이러한 분위기에도 정부는 '집값 고점'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현재 집값은 성장, 물가, 통화량 등 다른 거시지표와 비교하면 과도하게 올랐다는 것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현재 시장 분위기와는 반대의 전망을 내놓고 있다.

홍 부총리는 지난 21일 "주택가격 고평가 가능성과 주택가격 조정 시 영향 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도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기간 중 집값이 펀더멘털 대비 과도하게 상승해 향후 부동산 분야의 취약성이 확대될 가능성도 지적된다"고 말했다. 앞서 노 장관은 "시중에 풀린 유동성도 결국 회수되면서 주택시장에 조정이 오게 될 것”이라며 “지금 무리하게 주택을 구입하면 2~3년 뒤 매도할 때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해서 투자에 신중했으면 한다”고 경고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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