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경남지사의 대선 당시 댓글 여론조작과 관련한 대법원 확정 판결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야권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정통성에 문제를 제기하며 대통령 사과를 요구하고 있지만 청와대는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지난 22일 JTBC '썰전 라이브'에서 야당의 대통령 사과 요구에 대해 "야당의 말씀은 잘 듣고 있다"면서도 "역시 답변은 청와대가 입장이 이 문제에 대해서 밝힐 게 없다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고 말했습니다. 청와대는 김 지사 판결이 난 지난 21일 현안 관련 브리핑에서도 "청와대 입장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2일 야권의 문 대통령의 사과 요구에 대해 "대꾸할 가치가 없다"고 일축했습니다. 그는 "국민의힘이 2012년에 국정원이란 권력기관을 동원해서 댓글조작 사건을 벌였고 3% 라는 아슬아슬한 차이로 대선에서 승리하지 않았나"라며 "그런 사람들이 정통성 운운하는 것은 어이가 없는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또 "2017년 저도 대선 캠프에 있었지만 당시는 탄핵 직후에 정권교체 열망이 어느 때보다 강했던 시기였다"며 "그래서 실질적으로 문재인 후보가 당시 홍준표 후보에게 17%라는 압도적 차이의 승리를 거둬 (댓글 조작) 그럴 일을 할 이유도 없고 할 상황도 아니었다"고 했습니다.
윤 의원의 해명 자체도 논란거리겠지만, 그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반쪽 해명'일 수밖에 없습니다. 당장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23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당시 19대 대통령 선거 5월 9일 그 직전인 4월에 지지율 추이가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양강구도이고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었다"고 지적했습니다. 권 원내대표는 "그 상황에서 드루킹과 김경수의 여론조작이 집중적으로 일어났고 그 집중적인 시기에 그들이 한 활동은 안철수 대표에게 부정적인 이미지의 댓글을 상위에 올리고 문재인 후보에게 긍정적인 이미지의 댓글을 상위에 올리는 방식으로 여론조작을 한 그런 행위였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결코 침묵으로 이 상황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반드시 입장을 표명하고 그리고 국민과 대한민국 민주주의에 대해서 무릎 꿇고 사과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김 지사는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의 수행비서였고, 지금도 복심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문 대통령이 김 지사의 범죄 행위를 알았는지, 몰랐는지 여부부터 국민의 관심사일 수밖에 없습니다. 야권은 문 대통령을 향해 "최측근이 벌인 엄청난 선거 공작을 몰랐다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짓"(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이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온 청와대 풍산개가 새끼를 낳았는지 여부나 문 대통령의 유럽순방 암호보다 국민들이 알아야 중요할 사안이 분명 따로 있을 것 같습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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