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성동일을 있게 한 건 바로 가족이었다.
지난 22일 방송된 KBS 2TV ‘대화의 희열3’에서는 어떤 역할이든 찰떡같이 소화하는 ‘믿고 보는 배우’ 성동일이 출연해 30년 연기 인생을 돌아봤다. 연극 배우로 활동한 시간까지 합하면 40년 연기 인생이다. 성동일은 긴 무명 세월을 뚫고 지금의 성동일을 있게 한 과정들을 이야기했다. 그 중심에는 그를 행복하게 만드는 가족, 아내와 아이들이 있었다.
이름도 꿈도 없던 성동일의 어린 시절은 뭉클함을 안겼다. 성동일은 10살까지 호적에 이름이 없던 이야기를 들려주며 “동네 어른들은 날 그냥 ‘종훈이’라고 불렀다”고 고백했다. 학교 입학을 위해 성동일은 처음 아버지라는 존재를 만나고, 비로소 호적을 만들었다고. 사이가 좋지 않던 부모님, 수학여행도 갈 수 없던 가난한 환경 속에서 성동일은 투정 한번 부릴 수 없었다고 했다.
그런 성동일이 난생 처음 욕심낸 것이 배우라는 직업이었다. 연극을 시작하게 된 성동일은 “모르는 사람들이 나한테 이런 관심을 가져준다는 것에 놀랐다. 하다 못해 우리 부모님도 관심이 없었는데”라고 회상했다. 이후 1991년 SBS 공채 탤런트 1기로 본격적인 배우 생활을 시작한 성동일은 장동건, 이병헌과 미소년 트로이카를 이룬 훈훈한 과거 사진으로도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성동일은 SBS 떠오르는 유망주에서 단역으로 전락하는 좌절을 겪게 됐다. 첫 드라마에서 주연을 맡지만, 연기를 못해 잘린 것이다. 성동일은 “(드라마에서) 연극 무대 발성을 했다. 연기 못하는 애로 찍혀서 섭외도 안들어왔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단역을 전전하던 성동일이 처음 이름을 알린 것은 1998년 드라마 ‘은실이’ 속 빨간양말 양정팔 캐릭터를 통해서다. 원래 3회까지만 나오는 단역이었지만, 성동일은 사투리, 빨간양말로 캐릭터 특징을 넣어 마지막회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광고계 접수, 심지어 트로트 음반까지 내며 인기를 끌었지만, 성동일은 또다시 10년 정도 암흑기를 보냈다고 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성동일은 당시 배우 길을 고집한 그 몰래, 주방 설거지 아르바이트를 하던 아내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성동일은 “난 연기자도 가장도 아무것도 아니구나”라며, 생계형 예능을 결심하게 된 계기를 말했다. 그런 성동일이 다시 배우로 살기 위한 결단을 내릴 수 있었던 데에도 아내의 도움이 컸다고. 성동일은 “지금도 아내가 무릎 꿇으라면 꿇는다. 너무 고맙고 감사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후 성동일은 ‘추노’의 미친 존재감 천지호 역할로, ‘응답하라’ 시리즈의 이 세상 모든 개딸들의 아빠로 인생작들을 경신했다.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성동일만의 연기 철학은 감탄을 자아냈다. 성동일은 “주변 지인들을 모델로 캐릭터를 만든다”며, 찰떡 같은 캐릭터 소화 비결을 말했다. 또 그는 “후배들에게도 ‘내가 좋아하는 연기가 아닌 남이 좋아하는 연기를 하라’고 말한다”면서, 스스로를 ‘연기 기술자’로 부르는 이유도 이야기했다.
성동일이 이렇게 배우로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원동력은 바로 가족이었다. 성동일에게 가족은 가장 큰 힘이 됐다. 성동일은 제일 행복한 순간을 묻자 “촬영 끝나고 집에 들어가면 아이들과 아내가 자고 있는 모습을 꼭 본다. 그때 ‘난 정말 행복하구나’ 느낀다”라고 답하며, “연기 잘하는 연기자, 성격 좋은 선배 후배 성동일이 아니라, 정말 괜찮은 남편, 아빠라는 말을 제일 듣고 싶다”라며, 인생 목표를 말해 눈길을 끌었다.
좋은 가장을 꿈꾸는 성동일의 이야기는 그의 우여곡절 많던 배우 인생과 더해져 깊은 울림을 전했다. 진솔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낸 성동일은 유머러스함과 진중함을 오가는 입담으로 시청자들을 대화 속으로 빠져들게 만들었다. ‘대화의 희열3’에서 이끌어낸 성동일의 모습에 시청자들도 호응을 보내고 있다.
한편, ‘대화의 희열3’ 마지막 게스트는 대한민국 최초 재심 변호 전문가 박준영 변호사가 출연을 예고해 기대를 높이고 있다. KBS 2TV ‘대화의 희열3’은 매주 목요일 밤 11시 20분 방송된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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