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지대의 화려한 변신…서울판 브루클린 어딜까[더 머니이스트-최재견의 부동산 인사이트]

입력 2021-07-25 09:19   수정 2021-07-25 13:18

서울 영등포의 복합문화시설 ‘타임스퀘어’와 웰컴 저축은행 본점이 위치한 ‘구로동 지밸리비즈플라자’, 그리고 성수동 2가의 팝업스토어 ‘이케아 랩’이 위치해 있는 땅의 옛 모습을 기억하시나요? 물론 어렵풋하게 기억나는 어른신도 있겠지만, 젊은이들에게는 생소한 모습일 겁니다. 이 곳들은 1962년 도시계획법에 따라 준공업지역으로 지정되어, 우리나라의 산업화를 이끌었던 지역입니다. 서울 속의 공장이었다는 얘깁니다.

과거, 준공업지역은 소비재 중심의 경공업 공장과 환경오염이 적은 제조업체가 밀집해 있었습니다. 지역적으로는 서울 도심지역과 인접한 성동구, 구로구, 양천구, 영등포구 등이 지정됐습니다. 이들 지역에 공장은 2000년 대 이후 산업구조가 고도화되면서 군포, 하남, 안양 등 수도권으로 많이 이전했습니다. 기존 준공업 지역에 대한 공장의 수요는 감소했습니다. 공장이 떠난 자리는 지식산업센터(옛 아파트형 공장)를 비롯해 상업시설, 오피스 빌딩, 그리고 주상복합이나 아파텔 등으로 다양하게 컨버전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준공업지역이 어떻게 컨버전되고 있는지 대표 상품인 ‘지식산업센터’를 중심으로 간단하게 다뤄보려 합니다.
준공업지역 대표 부동산 '지식산업센터'
준공업지역을 대표하는 수익형 부동산 상품으로는 건축물대장 상 공장으로 분류되는 ‘지식산업센터’가 있습니다. 과거 지상 1~2층 규모의 저층 건물로 수평 배치되었던 공장이 2000년대 초반 들어 수직으로 면적이 확장되며 ‘아파트형 공장’으로 명칭을 변경하였습니다.

공급 초기에는 물류센터와 유사하게 화물차 하역장과 대형 화물 엘리베이터 등을 갖추고 공장의 일부 기능을 담당했습니다. 하지만 지식산업센터로 명칭이 변경된 2010년 6월 전후로는 외관상 오피스 빌딩과 구분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지명으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1984년 5월에 개통된 지하철 2호선 구로공단역은 2004년 10월 현재의 구로디지털단지역으로 역명이 변경되었습니다. 역 주변에 밀집해 있던 공장들이 지식산업센터로 컨버전되고, 강남 등지에서 이전해 온 벤처기업과 첨단산업 등 굴뚝이 필요 없는 제조업체가 업무시설처럼 사용하게 됐기 때문입니다.

지식산업센터가 아파트형 공장으로 불리던 시절과 오피스 빌딩은 명확한 차이가 있었습니다. 내·외관을 비롯해 기능적인 면에서도 한눈에 들어올 정도입니다. 그러나 지식산업센터로 명칭이 바뀐 뒤로 건축물대장을 확인하지 않는 이상 외관만으로 구분하기는 어려워졌습니다. 최근 들어서는 지식산업센터는 신축으로 고층인데다 편리한 주차장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도심권역과 강남권역, 여의도권역으로의 접근성이 우수합니다. 저렴한 임대료와 관리비로 인해 스타트업이나 영세 사업자들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다만, 지식산업센터는 건물의 용도가 공장이라는 점과 입주 업종 제한이 있습니다. 수요자의 호불호가 강하게 작용합니다. 섹션 또는 층별로 분양한 사례가 대부분이기에 큰 오피스 빌딩 대비 확장성이 부족해 중견 이상 규모를 가진 업체가 입주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스타트업과 규모가 작은 업체의 경우 지식산업센터가 괜찮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기업이나 크게 성장하는 기업 등이 사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상품입니다.
지식산업센터, 오피스 빌딩 대체할까? 성장 가능성은?
지식산업센터의 입주업종이 일반 제조업으로 제한되어 있던 시기에는 수요가 제한적이었습니다. 최근에는 IT 업종과 지식산업 업종 등으로 확대되면서 상황이 달라진 겁니다. 수요와 공급 모두 늘었고 관련 시장 규모가 꾸준하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규모가 유사한 오피스빌딩 상품 대비 월 비용(임대료+관리비), 특히 관리비가 저렴하고, 신생업체나 소규모 업체들의 분양 또는 임차에 제약이 없는 점 등의 장점으로 지산에 대한 인식이 더욱 개선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시장 규모는 꾸준하게 성장할 전망입니다.

서울의 준공업지역은 성수동, 영등포동, 당산동 등 접근성이 매우 뛰어난 입지임에도 불구하고, 용도적 한계와 공장지대라는 인식 때문에 입지에 비해 저평가됐습니다. 2010년대 중반 이후 성수동과 문래동 일대의 컨버전을 통해 다양하게 변화하면서 유동인구가 크게 늘고, 상권이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준공업지역은 앞으로도 꾸준히 변화할 것입니다. 서울 도심이나 강남과의 양호한 접근성과 지역 확장 가능성을 기반으로 공업지역이 아닌 클래식(공장)과 모던이 공존하는 준공’UP’지역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브루클린’에 서울의 준공업지역과 성수동 그리고 문래동이 최상단에 검색될 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최재견 (주)신영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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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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