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는 경고했다…日 재계 "올림픽 개최는 자살 임무" [강경주의 IT카페]

입력 2021-07-24 09:01   수정 2021-09-30 11:08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가 확산 중인 일본에서 지난 23일 도쿄올림픽이 개막했다. 역대 가장 적은 각국 정상급 인사들만 개막식에 참석할 정도로 현지 분위기가 가라앉은 가운데 일본 재계에선 벌써부터 올림픽 이후 '책임 비용'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日방문 정상급 20여명 불과…런던올림픽 80여명과 비교돼
24일 마이니치신문 등 현지 매체들은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코로나19 확산으로 방일 자체를 하지 않는 외국 정상급이 속출했다"며 "도쿄올림픽 개막식에 맞춰 스가 요시히데 총리와 회담한 외국 정상은 20명이 채 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2012년 영국 런던올림픽 80여 명, 201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40여 명에 비하면 확실히 저조한 수준이다.

당초 일본 정부는 개막식에 80~120명 정도의 외국 정상급 인사가 방문할 것으로 예상했다. 스가 총리는 22~24일 사흘간 도쿄 아카사카 영빈관에서 외국 정상들과의 '마라톤 회담'을 기대했다. 하지만 회담 일정이 다 채워지지 않아 일본 정부 내에서조차 "'마라톤'이 아니라 '조깅 회담' 정도가 돼 버렸다"라는 자조 섞인 말까지 나오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일본 대표하는 '경제 3단체' 수장들마저 모두 개막식 불참
도쿄올림픽 흥행 참패 기류는 일본 재계가 먼저 알아챘다. 일본 최대 경제단체 '게이단렌'(경제단체연합회)을 이끄는 도쿠라 마사카즈 스미토모 화학 회장은 지난 20일 기자회견에서 "(개막식 참석) 요청을 받았지만 참석하지 않겠다"며 "가족과 집에서 올림픽을 즐기고,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응원하겠다"고 거리를 뒀다. 일본상공회의소의 미무라 아키오 회장, 사쿠라다 겐고 경제동우회 대표간사 등 일본 경제 3단체 리더들이 모두 개막식에 불참했다.

닛폰 텔레그래프, 후지쯔, 일본전기주식회사(NEC) 고위 관계자들도 올림픽에 등을 돌렸다. 메이지 홀딩스와 아사히 그룹 홀딩스, 닛폰생명 임원들은 개막식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일찍이 못 박았다. 도요타는 도쿄올림픽 최고 등급 후원사지만 TV 광고를 일절 하지 않기로 했다.

일본 대형 전자상거래업체 라쿠텐의 미키타니 히로시 최고경영자(CEO)도 CNN과의 인터뷰에서 "백신 접종이 매우 더딘 일본에서 전 세계인이 모이는 올림픽을 여는 것 자체가 위험하다"며 우려를 표했다. 미키타니 회장은 "(도쿄올림픽 개최는) 자살 임무라고 생각한다. 일본 정부를 설득하려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고 했다.

앞서 지난 5월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은 도쿄올림픽을 개최해선 안 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당시 그는 트위터에 "일본 국민 80% 이상이 연기나 취소를 희망하는 올림픽, 누가 어떤 권리로 강행하고 있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일본도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 투성이가 돼버렸다"며 "입국 관리를 엄격히 하지 않은 일본 정부 책임이 무겁다"고 쓴소리 했다.
올림픽효과는커녕…"경제손실 천문학적 규모로 불어날 것"
일본 재계는 도쿄올림픽에 200억달러(약 23조원)가 넘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만큼 폐막 이후 이른바 '책임 비용' 때문에 정부 기관 혹은 일부 기업이 파산하는 경우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일본 도쿄도가 올림픽 유치에 나섰을 당시만 해도 올림픽 예산은 74억달러(약 8조5285억 원)로 예상됐다. 하지만 실제 투입된 공식 예산은 154억달러(약 17조7485억원)에 달했다.

여기에 올림픽 경기장과 관련 시설 건축 및 개·보수에 든 비용이 70억달러(8조675억원)에 육박하면서 전체 예산은 200억달러(23조500억원) 이상으로 치솟았다. 최초 예상보다 무려 3배가량으로 불어난 셈이다.

일본 재계는 이번 올림픽 스폰서로 30억달러(3조4575억원)를 부담하기로 했다. 역대 올림픽 개최국 기업들이 내는 최대 금액이지만, 스폰서 기업들이 이미 발을 빼면서 목표치에 한참 미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차액은 고스란히 손실로 이어져 일본 정부가 떠안을 수밖에 없다.

일본 민간 연구소 노무라소켄은 올림픽 기간 긴급사태로 인한 추가 경제적 손실이 9820억엔(10조2699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독일 시장조사업체 스타티스타는 이보다 훨씬 큰 총 2조4133억엔(약 25조원) 규모의 경제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봤다.

WSJ는 "일본은 이번 올림픽을 통해 2011년 동일본대지진 참사를 잘 극복한 것은 물론 인구 감소와 경제적 쇠퇴에도 여전히 강국이라는 점을 과시하고자 했다"면서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경제 손실 등 분위기가 침체됐고 일본 총리가 사퇴 압박까지 받고 있다"고 전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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