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노총은 못막고 자영업자 희생만 강요하는 4단계 방역

입력 2021-07-23 17:12   수정 2021-07-24 00:04

내일 종료 예정이던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내달 8일까지 2주 연장됐다. 오후 6시부터는 2명, 낮에도 4명까지만 모일 수 있다. 식당·카페 노래방 학원 영화관 독서실 마트 PC방 등의 영업은 밤 10시까지로 제한되고, 클럽 감성주점 같은 유흥시설은 집합금지다. 2주 연장에도 하루 확진자가 1000명 아래로 안정되지 않을 경우 전면 집합금지 등 더 강력한 조치도 동원할 수 있다고 정부는 밝혔다. 비수도권 거리두기를 3단계로 일괄 격상하는 카드도 검토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짧고 굵게” 끝내자고 했지만 결국 ‘굵고 긴’ 터널로 접어드는 모습이다. 자영업자 생업이 위협받고 국민 불편이 끝없이 가중되는 상황을 언제까지 참아야 하는 것인지 짜증을 넘어 분노가 치민다는 이들이 많다. ‘불가피한 연장’이라는 게 정부 설명이지만 기막힌 이중잣대와 엉뚱한 방역지침으로 자초한 결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노총 집회에 대한 물러터진 대처를 보면 분명해진다. 지난 3일 8000여 명이 연 불법집회에서 확진자가 3명 나왔는데 경찰은 아직 참가자 명단조차 확보하지 않고 있다. 작년 광복절 반정부 집회 때 사흘 만에 통신기지국 접속 정보를 요구하고 엿새 뒤 압수수색까지 한 것과 너무 대비된다. 수사가 게걸음을 걷자 민주노총은 21일 세종시에 이어 어제는 원주에서 대규모 집회를 강행했다. 그래도 정부는 ‘집회 자제요청’만을 반복 중이다.

행정편의주의로 치닫는다는 비판도 불가피하다. NC다이노스 등 여러 프로야구단 선수들이 호텔 술파티를 벌이고 무더기 확진된 게 얼마 전이다. 이런 ‘방역 구멍’은 방치한 채 자영업자와 시민을 통제하는 손쉬운 방식에만 의존해서다. 만원 지하철은 되는데 택시 3명 탑승은 안 되고, 나훈아 콘서트는 막으면서 이승환 콘서트는 괜찮다는 근거도 납득하기 어렵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즉흥적인 방역 컨트롤타워다. 대통령이나 국무총리가 나서서 ‘코로나 종식’ 메시지를 내자마자 급속 악화된 게 몇 번째인지 꼽기 힘들 정도다.

게임 체인저인 백신 부족이 제일 걱정스럽다. “백신 구입을 서두를 필요 없다”던 이가 청와대 방역책임자가 되고, 접종예약 시스템은 툭하면 다운이다. 이런 총체적 부실을 그대로 둔 채 국고를 털어 용돈 뿌리며 불만 달래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에어컨 바람 시원한 사무실에서 쏟아내는 탁상머리 방역정책에 대한 국민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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