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는 2010년 7월 LG텔레콤에서 ‘텔레콤’을 뺀 현재 사명으로 바꾸면서 ‘탈통신으로의 출항’을 선언했다. 이동통신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러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SK텔레콤과 KT도 그즈음 탈통신 전략을 본격화했다.
KT가 작년 비통신 매출이 9조400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2010년(2조2000억원)의 네 배 수준이다. 전체 매출에서 비통신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0년 10.8%에서 작년 39.2%로 뛰었다. 3사 중 가장 높은 비중이다. SK텔레콤은 비통신 매출이 2010년 2조6000억원에서 작년 5조1000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LG유플러스는 1조1000억원에서 2조7000억원으로 증가했다. 두 회사의 비통신 매출 비중은 각각 27.4%, 20.4%였다.
KT는 국내 최초 인터넷 전문은행 케이뱅크를 통해 핀테크산업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고, 로봇과 바이오헬스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KT의 서빙 로봇은 노보텔앰배서더 동대문, 대구 메리어트 등 30여 개 호텔에 상용화돼 있다. SK텔레콤은 우버와의 합작회사 우티를 올 4월 설립하며 모빌리티 시장에 뛰어들었다. 최근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도 SK텔레콤의 작품이다.
통신 3사의 사업 확장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KT는 정관상 목적사업을 2010년 23개에서 올 1분기 말 33개로 늘렸다. SK텔레콤은 연결대상 종속회사를 2010년 32개에서 올 1분기 말 49개, KT는 40개에서 64개로 확대했다.
일례로 KT의 주요 비통신 매출은 비씨카드(3조4000억원), IPTV(1조7000억원), 전화번호 안내 서비스를 하는 KT씨에스(9000억원), 단말기 유통을 하는 KT엠앤에스(7000억원), KT스카이라이프(7000억원) 등에서 주로 나온다. 이들 매출이 전체 비통신 매출의 80%에 이른다.
SK텔레콤도 비통신 분야 매출의 3분의 1이 IPTV·케이블TV에서 나오고 나머지도 보안(1조3000억원), 커머스(8000억원)가 대부분이다. LG유플러스도 상황이 비슷하다. 통신 3사가 최근 힘을 주고 있는 메타버스, 헬스케어, 로봇 등 사업도 아직 유의미한 매출을 내지 못하고 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통신 3사가 비통신 분야 신사업을 대폭 늘렸지만 아직 확실한 ‘먹거리’는 안 보인다”며 “사업 가짓수를 늘리기보다 될 만한 사업에 확실히 무게를 싣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탈통신 전략의 질을 높여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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