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킹덤:아신전', 韓 좀비물 서사의 무한 확장

입력 2021-07-25 16:48   수정 2021-07-26 00:24

좀비물의 서사와 세계관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을까. 넷플릭스가 지난 23일 190개국에서 동시 공개한 ‘킹덤:아신전’(사진)은 그 무한한 가능성을 제시한다. ‘킹덤’ 시즌 1·2의 프리퀄(이전의 이야기를 담은 속편) 버전인 이 작품은 한국 특유의 정서인 ‘한’, 차가운 핏빛 복수에 나선 ‘안티 히어로’ 이야기를 좀비물에 더했다. 이를 통해 이전 시즌과 차별화하면서도, 긴밀한 연결고리를 만들어 전체 이야기 구조를 더욱 두텁고 탄탄하게 한다.

아신전은 ‘시그널’ 등을 만든 김은희 작가가 집필하고, ‘터널’의 김성훈 감독이 연출했다. 작품은 한 회가 92분 분량으로 이전 시즌에 비해 짧다. 하지만 이 안엔 역병의 발단인 ‘생사초’에 얽힌 비밀부터 시작해 조선과 여진의 갈등, 이 사이에서 희생된 아신 가족과 부락, 아신의 파격 복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건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전개된다.

이야기는 조선의 북쪽 경계에서 부락을 이루고 살아가던 소녀 아신(전지현 분)이 생사초를 발견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러다 조선과 여진 사이의 일련의 사건들로 아신에게 참혹한 비극이 일어난다. 그는 부락을 덮친 갑작스런 습격으로 가족을 잃고 홀로 남겨진다. 가장 천한 일을 도맡아 해야 했으며, 또 억울한 일까지 당해야 하는 아신의 서글픈 삶과 한이 짙게 흐른다.

작품의 진가는 후반에 이르러 아신의 복수가 시작되면서 확연히 드러난다. 사건의 진실을 알기 전까지 아신은 단단해 보여도 고되고 힘든 일들을 감내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그 이후엔 냉혹하고 잔인한 안티 히어로로 거듭난다. 이전 시즌에서 세자 창이 세상을 구하려는 히어로의 모습을 한 것과 사뭇 달라 더욱 참신하게 다가온다.

고대했던 좀비들의 질주도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이뤄진다. 이전 시즌에서처럼 좀비들이 순식간에 탑처럼 층층이 쌓이는 ‘좀비탑’도 다시 등장해 재미를 더한다. 결말에 이르러선 아신의 숨겨진 비밀과 거대한 반전을 보여주며 신선한 충격을 안겨준다.

촘촘하게 쌓아 올린 서사와 세계관을 경유하고 나면, 이전 시즌들과 연결돼 하나의 그림이 그려진다. 권력을 탐했던 해원 조씨 가문, 군관 민치록(박병은 분), 생사초에 대한 기록을 남겼던 이승희 의원과의 관계 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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