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TV, 세계 1위 '장기집권' 승부수 띄웠다

입력 2021-07-25 17:08   수정 2021-08-02 15:41


삼성전자가 세계 TV시장에서 초격차를 벌리기 위한 전략을 가다듬고 있다. ‘퀀텀’과 ‘마이크로’ 두 축으로 프리미엄 제품군을 재편해 후발주자들의 추격권에서 완전히 벗어나겠다는 계획이다. 삼성은 2006년 이후 세계 TV 시장 1위를 지키고 있다.

25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내년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55인치와 65인치 QD-OLED(퀀텀닷 유기발광다이오드) TV를 개발 중이다. 신제품은 이르면 내년 2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2’에서 공개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프리미엄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며 “퀀텀 제품군에서는 QLED와 QD-OLED, 마이크로 제품군에서는 다양한 사이즈의 마이크로 LED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QD-OLED, QLED 상위 라인으로
삼성은 그동안 QD-OLED 신제품을 내놓을지에 대해 말을 아꼈다. 그러다 지난 4월께 삼성디스플레이의 패널 샘플을 받아 검토한 뒤 출시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말부터 QD-OLED 패널 시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TV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주력 라인인 QLED와 초(超)프리미엄 제품인 마이크로 LED의 간극을 메워줄 프리미엄 제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QD-OLED TV가 출시되면 퀀텀 제품군에서 QLED의 상위 라인이 된다. 삼성전자는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크기인 55·65인치로 QD-OLED를 우선 출시하고 70인치 이상 대형 TV 시장은 QLED로 공략할 방침이다.
퀀텀닷 입자로 더 선명한 색 표현
QLED와 QD-OLED에는 미세 반도체인 퀀텀닷 입자가 들어간다. 2~7㎚(나노미터·1㎚=10억분의 1m) 크기의 퀀텀닷 입자들은 청색 OLED 패널 위에 증착해 얇은 막을 형성한다.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위에 퀀텀닷 필름을 올리는 QLED와 달리 QD-OLED는 각 퀀텀닷 입자가 색과 빛을 표현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QD-OLED는 블랙을 정확히 표현하는 OLED의 장점과 밝고 색상 표현력이 뛰어난 QLED의 장점을 모두 갖췄다”며 “백라이트가 필요 없어 접히거나 휘어지는 등 다양한 형태로 제작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77·88인치 마이크로LED 라인 증설
초프리미엄 제품인 마이크로LED TV의 종류를 늘리고, 원가를 낮추는 작업도 한창이다. 삼성전자는 연내 88인치와 77인치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를 위해 베트남 호찌민 TV사업장에 전용 생산라인을 추가로 증설한다. 새 생산라인은 내년부터 본격 양산에 들어간다. 삼성전자는 현재 호찌민에 110인치 마이크로LED 생산라인을 증설 중이다.

마이크로LED는 100㎛(마이크로미터·1㎛=100만분의 1m) 미만 크기의 초소형 LED 칩이 자발광해 화소 단위로 빛과 색을 표현하는 스크린이다. 화소별로 RGB(빨강·초록·파랑) 3개의 LED 칩이 들어가야 해 4K(3840×2160) 기준 약 800만 개 칩이 필요하다. 화면이 작아지면 칩 크기도 작아져야 하기 때문에 제조가 더 어렵다. 77인치에 들어가는 칩은 110인치용 칩보다 두 배 작다. 88인치부터는 전용 생산라인이 따로 필요한 이유다.
“원가 낮춰라” 기술 개발 주력
삼성전자는 수년 내에 마이크로LED 가격을 8K QLED TV(7680×4320)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우선 패널에 쓰이는 기판을 인쇄회로기판(PCB)에서 유리 기반 박막트랜지스터(TFT)로 바꿀 방침이다. TFT는 PCB에 비해 공정 단계가 적어 생산 기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이를 위해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마이크로LED용 TFT 개발에 착수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QD-OLED 패널도 유리 TFT로 제조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수백만~수억 개의 칩을 패널에 올리는 제조 방식을 자동화하는 기술도 개발 중이다. 칩을 TFT 위에 한꺼번에 뿌린 뒤 정렬시키는 방식이다. 현재 테스트 중으로, 개발이 끝나면 제조 비용이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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