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망친 문재인 정부의 모든 실패한 정책을 되돌려 놓겠다. 클래스(차원)가 다른 나라를 만들겠다.”
원희룡 제주지사가 내년 3월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하겠다고 25일 공식 선언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최재형 전 감사원장에 이어 원 지사 등 당내 잠룡들이 대권 가도에 가세하면서 야권의 경선 레이스도 서서히 달궈지고 있다.
원 지사는 대선 1호 공약으로 “100조원 규모의 담대한 (코로나19) 회복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제시했다. 그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아르바이트생, 실업자 등 코로나19로 생존 기반이 무너진 국민들이 앞으로 경제 활동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쓰일 것”이라며 “담대한 회복은 생존 회복에 그치지 않고, 자영업의 구조 전환과 생산성 혁신으로 이어지도록 설계될 것”이라고 했다. 재원 조달 계획도 공개했다. “대통령 취임 즉시 헌법(76조)이 부여하는 (대통령) 긴급재정경제명령을 발동하겠다”며 “100조원의 50%는 임시 특별 목적세와 국채 발행 등을 통해, 나머지 50조원은 5년에 걸쳐 매년 예산 조정을 통해 조달하겠다”고 설명했다. 이 공약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매년 100만원을 나눠주겠다”는 이재명 경기지사의 기본소득과 대조된다는 평가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선 “선별 복지 공약이긴 하지만 보수 진영의 대선주자까지 ‘현금 퍼주기’ 경쟁에 가세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원 지사는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거론하면서도 “‘정치 보복’은 단호하게 반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재인 정부가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을 적폐 세력으로 몰아 사법처리한 것과 같은 정치 보복은 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경제 정책과 큰 방향에 대해선 “양극화 이중 구조 해소를 위해 집, 일, 교육에서의 격차를 줄이는 데 힘을 집중하겠다”고 약속했다. 기업 정책과 관련해선 “좋은 일자리는 정부 재정이 아니라 기업이 만든다”며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과 지자체에 맞춤형 규제 개혁과 지원을 늘리겠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원 지사의 대선 출마 선언을 계기로 국민의힘 내부 대선 경선 레이스가 불붙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거론되는 야권의 대선 후보는 총 15명인데, 계속 숫자가 늘고 있어 최종 후보는 20명 안팎에 이를 전망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차적으로는 야권 1위 후보인 윤 전 총장 입당 여부가 야권 경선의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며 “서울시장 보궐선거처럼 국민의힘 후보가 먼저 정해진 뒤 제3지대 후보와 단일화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내다봤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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