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블록스 온다…네이버 '메타버스 게임' 맞불

입력 2021-07-25 18:02   수정 2021-07-26 15:05

국내 메타버스 게임 시장에서 국내외 대표 서비스가 맞붙는다. 국내 1위인 제페토가 게임 기능을 본격적으로 내놓는다. 글로벌 서비스 브랜드인 로블록스는 한국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국내 게임 시장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어 업계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 계열사인 네이버제트는 올해 안에 제페토에 새로운 게임 기능을 적용할 예정이다. 지금도 제페토에서는 간단한 게임을 이용자끼리 즐길 수 있다. 제페토가 직접 만든 공식 맵(가상 공간)에서는 이 게임들을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이용자가 직접 제작한 맵에는 해당 기능이 없다. 박상진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용자가 가상공간과 의상 등 아이템을 만들 수 있는 창작 지원 플랫폼 ‘제페토 스튜디오’에서 게임을 제작할 수 있는 기능을 올해 안에 내놓을 것”이라고 했다. 사용자가 게임을 만들 수 있는 서비스가 주특기인 로블록스와 비슷한 형태로, 일종의 맞불 전략인 셈이다.

게임 기반 메타버스 서비스인 로블록스는 이미 국내 게임 시장의 강력한 변수로 떠올랐다. 최근 한국 법인을 설립하면서다. 회사는 지난달 16일 자본금 1억원짜리 ‘로블록스코리아 유한회사’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차렸다. 대표는 미국 본사 법무 자문위원인 마크 라인스트라가 맡았다. 로블록스 본사는 한국 법인의 온라인 게임과 개발 플랫폼 관련 서비스를 본격 지원할 계획이다. 국내 홍보와 마케팅, 전자상거래 사업도 도울 예정이다. 2006년 미국에서 처음 등장한 로블록스는 레고처럼 생긴 아바타를 만들어 게임을 개발하거나 다른 이용자의 게임에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국내 게임 유저들은 지금도 로블록스를 이용할 수는 있다. 스마트폰, PC에서 사용이 가능하다. 한국어 서비스도 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환경에 맞게 개선되지 않아 이용이 다소 불편하다. 로블록스도 이용자가 게임을 직접 개발하는 기능을 국내 환경과 시장 특성에 맞춰 개선하고 국내 콘텐츠도 추가해 한국 시장을 공략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도 한국 법인을 설립하기 전에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법인 설립 이후 한국 시장에 맞는 전략을 본격적으로 구사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시장 점유율을 크게 높였다”며 “로블록스도 같은 전략을 쓸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청소년 게임 플랫폼 경쟁 격화
그동안 제페토와 로블록스 모두 글로벌 메타버스의 대표 서비스로 꼽혔지만 경쟁 관계는 아니었다. 제페토는 SNS, 로블록스는 게임이 주요 서비스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페토가 게임 기능 추가를 공언하면서 로블록스와의 격돌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네이버제트 관계자는 “이용 시간과 매출 등을 고려할 때 게임은 메타버스에서 꼭 필요한 요소”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5월 분사한 네이버제트의 매출은 작년 5월부터 12월까지 86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18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올해에는 삼성전자, 현대차, 구찌, 디올 등의 광고 확대로 1년 전보다 70% 이상 증가한 월매출이 25억~33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여전히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익성 개선을 위해 메타버스 게임 강화가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제페토와 로블록스의 최근 움직임에 국내 게임업계도 주목하고 있다. 제페토와 로블록스를 주로 즐기는 10대 이용자에게 시장을 빼앗길 수 있기 때문이다. 제페토 이용자 중 80% 이상은 10대 청소년이다. 로블록스도 이용자의 60% 이상이 만 16세 이하다. 비슷한 게임 서비스인 마이크로소프트(MS)의 ‘마인크래프트’와의 경쟁구도가 생길지도 관심사다. 3개 서비스 모두 이용자가 게임을 직접 만들고 이용자끼리 게임 내에서 소통하는 방식으로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

정보기술(IT)업계 한 관계자는 “게임사뿐 아니라 최근 국내 통신사와 다른 인터넷 기업도 최근 메타버스 사업을 확대하고 있어 타업계와의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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