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회장의 ‘양궁 사랑’은 일본 도쿄올림픽에서도 이어졌다. 그는 지난 16일부터 미국 뉴욕, 워싱턴DC, 디트로이트 등을 방문한 뒤 귀국길에 도쿄를 들렀다. 비행시간만 40시간이 넘는 ‘강행군’이었지만, 정 회장은 25일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도쿄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을 찾아 여자 양궁 단체전을 응원했다. 그는 금메달이 확정되자 자리에서 일어나 대표팀을 향해 박수를 보냈고, 두 손으로 엄지를 치켜들어 보이며 축하했다.
정 회장과 양궁의 인연은 부친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에서 비롯됐다. 정 명예회장은 1985년 양궁협회장에 취임했다. 그는 취임 직후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에 여자양궁단을, 현대제철에 남자양궁단을 창단했다. 한국 선수들 체형에 맞는 ‘메이드 인 코리아’ 활을 만들어 보자고 제안한 것도 정 명예회장이다. 많은 일화도 남겼다. 1986년 미국 출장 중엔 양궁 선수들을 위해 심장박동수 측정기와 시력테스트기 등을 구입해 선물했다. 1991년에는 폴란드 세계선수권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이 물 때문에 고생한다는 얘기를 듣고 스위스에서 물을 구해 보내기도 했다.
2005년부터 양궁협회를 이끌고 있는 정 회장은 보다 꼼꼼한 지원으로 양궁 선수들을 감동시키고 있다. 리우올림픽 때 현대차그룹의 최첨단 기술력을 양궁에 접목한 게 대표적이다. 비파괴검사를 통해 활의 내부 결함을 검사했고, 3차원(3D) 프린터로 선수별 맞춤 그립을 제작했다. 또 리우 경기장 인근에 샤워실과 휴게실을 갖춘 양궁대표단 전용공간(리무진버스 및 트레일러)을 마련해 선수들이 편하게 쉴 수 있도록 지원했다. 선수들은 이곳에서 물리치료도 받을 수 있었다. 선수들의 안전한 이동을 위한 사설 경호원 고용과 방탄 차량 제공도 화제가 됐다. 2012년 영국 런던올림픽 때는 선수들을 위해 호텔을 전세 냈다. 이번에는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을 복사하다시피 한 연습장을 국내에 만들었다. 선수들이 실전처럼 연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기 위해서다.
‘통 큰 지원’만 있는 게 아니다. 정 회장은 수시로 선수들의 경기 장소와 훈련장을 찾아 격려했다. 금메달을 딴 선수들이 정 회장에게 달려가 포옹하는 장면이 수시로 나오는 배경이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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