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패배 열받아 만든 코인…트럼프 지지자 파고든 'MAGA' [임현우의 비트코인 나우]

입력 2021-07-26 10:00   수정 2022-01-02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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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코인은 2020년 11월 3일 투표권을 박탈당한 7500만명의 유권자를 위해 탄생했다. 선거 패배의 좌절감과 다음 후보를 지원해 맞서 싸우겠다는 의지를 가진 보수주의자들이 만들었다."

이달 중순 선보인 '매가코인(MAGACOIN)'은 정치적 색채를 대놓고 드러낸 암호화폐다. 지난 미국 대선(2020년 11월 3일) 결과에 분노한다는 소개글에서 알 수 있듯,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열성 지지자들을 겨냥한 것이다.

매가는 트럼프의 선거 구호였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의 줄임말이다.


이 코인의 존재가 주목받은 것은 엉성한 보안 탓에 홈페이지 가입자들의 개인정보가 털리면서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22일(현지시간) 핵티비스트(행동주의 해커)들을 인용해 보수 언론인, 공화당 관계자 등 1000명 이상이 매가코인 회원으로 가입했다고 보도했다.

매가코인 발행량은 약 7500만개로 정해졌는데, 지난해 대선의 트럼프 득표 수(정확히는 7421만6747표)에 맞춘 것이다. 개발사 측은 코인 1000만개를 '매가코인 빅토리 펀드'에 기부했으며 이 펀드는 개인의 권리, 종교의 자유, 낙태 반대, 미국 우선주의 등을 주창하는 'MAGA 후보'를 돕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가디언은 레일리 오닐이라는 트럼프 지지자가 이 암호화폐 운영에 깊숙이 관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매가코인이 콘셉트는 선명하게 잘 잡은 듯하지만, 시장에서 살아남긴 쉽지 않을 것이다. 암호화폐 정보 사이트에서 추적도 이뤄지지 않을 정도로 반응이 미지근하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현존하는 암호화폐는 1만1059개에 이른다.

경제매체 마켓인사이더는 "매가코인은 트럼프 지지를 표방한 첫 번째 암호화폐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2016년 '트럼프코인(TRUMPCOIN)'이라는 암호화폐가 이미 나왔다. 코인게코에 따르면 트럼프코인 가격은 26일 0시 기준 0.056274달러(약 64원)를 기록했다. 지난해 5월 중순 기록했던 역대 최고가(2.92달러)에 비하면 98% 떨어졌다.

정작 트럼프는 매가코인에도 트럼프코인에도 관심을 보낸 적이 없다. 암호화폐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정치인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지난달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은 사기처럼 보인다"며 '미국의 화폐' 달러화에 강한 믿음을 드러냈다. 그는 "비트코인이 본질적으로 달러와 경쟁하는 통화라는 점에서 좋아하지 않는다"며 "나는 달러가 세계의 통화가 되길 원한다"고 했다.

2019년 트위터에서는 "나는 암호화폐 지지자가 아니다"며 "규제되지 않은 암호화폐는 불법 행위를 촉진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정신'을 이어가자며 코인을 들고 나온 것이 조금 어색해보이는 이유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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