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 기자] 청량할 만치 뜨거운 어느 여름날, 로켓펀치 연희와 윤경은 이렇듯 예측 불가능한 온도로 우리를 찾아왔다. 찬란한 물결, 찬연한 청춘으로 젖어 든 그날의 조각들.
로켓펀치 내에서도 남다른 케미를 보여주는 연희와 윤경. 아직은 앳된 얼굴과 미소를 담고 있을지라도 무대를 안고 나가는 이면은 깊고도 선명하다. 열망을 최선의 가치로 둔 연희와 성장에 성장을 거듭한 윤경까지 서로 닮은 듯 다른 에너지를 갖춘 이들. 경쾌하게 읊조리는 그 목소리에 새파란 여름 냄새가 실려 나왔다.
“아름다운 세상을 음악으로써 보여드리자는 목표가 있었고 지금도 그 마음가짐은 유효하다”, “무대 위 행복한 감정을 조금이나마 팬분들에게 불어넣어 드리고 싶다” 이따금씩 연희와 윤경은 이름 앞에 붙여나갈 수식어에 대해 조곤조곤 설명하곤 했다. 순수한 눈동자, 느슨한 말투 속에서 어딘가 모르게 단단함이 느껴졌던 건 그 푸르른 신념 때문이었을까.
화보 촬영장에서 그들은 한여름 속 더운 공기에 싱그럽게 다가섰다. ‘Bon voyage’라는 콘셉트 이름답게 스포티한 슬리브리스 톱부터 라피아 햇과 스트랩 샌들까지 바캉스 무드 가득한 제품군이 한껏 들어섰으며, 알록달록 다채로운 꽃 가지는 그 형형한 색감으로 지금의 정취를 빛냈다.
Q. 연희와 윤경, 두 청량한 비주얼을 화보로써 어떻게 담아내면 좋을까 고민이 컸다. 콘셉트는 마음에 들었나
연희: 이렇게 나른하고 청량한 콘셉트를 촬영해본 적이 없어서 신기했던 것 같다.
윤경: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촬영하다 보니 어느 정도 적응이 되어서 재밌게 임할 수 있었다. 결과물이 너무 기대된다(웃음).
Q. 8월 4일엔 일본 데뷔 앨범 ‘Bubble Up!’을 발매한다고. 첫 도전인 만큼 떨리는 기분일 텐데
연희: 정말 떨린다. 처음에는 걱정이 앞섰지만 이제는 어떻게 하면 우리 모습을 예쁘게 봐주실까 설레는 감정이 크다.
윤경: 어떻게 보면 데뷔라는 단어를 한 번 더 사용하게 되는 것이지 않나. 물론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지만 그걸 이겨낸 만큼 어느 정도의 자신감도 생겼다. 팬분들이 기대해주신 것에 응답해드리고자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
Q. 일본어 가사 숙지가 어렵게 느껴지진 않았나
윤경: 연희 언니가 다소 단어를 헷갈려하는 경향이 있다(웃음).
연희: 일본어 가사라서 어려운 게 아니라 가사를 내 맘대로 바꿔 부르는 습관이 있다(웃음).
Q. 그러면 일본 진출에 있어서 새롭게 준비한 요소가 있다면
연희: 팀 멤버 중에 일본인 멤버 쥬리 언니가 있다. 언니 말로는 내가 일본어를 할 때 좀 다른 모먼트가 나온다고 하더라. 목소리 톤이나 무드가 조금 바뀌는 것 같다. 그런 부분을 재밌게 받아들여주시지 않을까 기대한다.
윤경: ‘Bubble Up!’은 우리가 최근에 활동을 마무리했던 ‘Ring Ring(Acoustic Ver.)’과 정반대 무드의 곡이다. 곡 자체가 귀엽고 경쾌한 분위기이기 때문에 어색해지지 않고자 노력했다. 뮤직비디오 촬영 때까지만 해도 정말 어색했는데 촬영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적응하게 되더라. 새로운 콘셉트에 완벽히 녹아든 우리를 보실 수 있을 거다”
Q. 2019년 8월, ‘빔밤붐(BIM BAM BUM)’으로 데뷔하고 벌써 2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무대 위 긴장감은 좀 풀렸는지
윤경: 데뷔 때부터 긴장하면 표정이 가장 먼저 굳는 편이다. 그럴 때마다 ‘윤경아 그냥 시바견처럼 해맑게 웃자’라고 되뇌곤 하는데, 그때부터는 얼굴이 자연스럽게 풀린다. 이젠 아예 긴장을 안한다기 보다는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고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연희: 나는 정확하게 미니 2집 앨범 타이틀 ‘BOUNCY’ 때까지는 항상 떨리는 기분이었다. 이후로는 조금씩 무대를 즐기게 됐는데, 활동하는 시간이 길어진 만큼 나만의 안정감을 갖추게 된 것 같다.
Q. 윤경은 로켓펀치로 활동하면서 뭐가 가장 변했다고 생각하나
윤경: 조금 고민이 많아지는 질문이다(웃음).
연희: 대신 설명하자면 윤경이의 생활 패턴이 정말 크게 바뀌었다. 원래 연습생 때는 새벽 5시까지 안 잘 정도로 늦게 자는 편이었다면 요즘에는 일찍 일찍 잠자리에 드는 편이다. 스케줄을 하다 보면 이른 새벽에 일어나야 할 때가 많지 않나. 그러다 보니 수면 패턴이 조금씩 정상적으로 돌아온 것 같다.
윤경: 맞다. 내가 원래 늦잠을 많이 잔다. 그래서 학생 때는 지각도 정말 자주 했는데, 데뷔 후엔 책임감이 생긴 만큼 절대 늦지 않으려고 되뇐다. 물론 최근에는 조금씩 그 마음가짐이 풀리긴 했지만(웃음).
Q. 밤늦게 뭐하면서 시간을 보내는지 궁금하다
윤경: 나도 정말 모르겠다. 시간이 훌쩍 가버린다. 우리 멤버 중에 수윤이라는 멤버가 있는데 밤만 되면 함께 눈이 말똥말똥해진다. 그렇다고 딱히 하는 건 없다(웃음).
Q. 연희는 멤버들 중 소속사에 들어온 지 가장 오래됐다고. 지키고 싶은 초심이 있다면
연희: 나 자신을 볼 때 가장 좋아하는 점이 있다면 매사에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받아들인다는 거다. 어렸을 때부터 항상 ‘세상은 아름다운 것’이라는 생각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내가 보는 아름다운 세상을 음악으로써 보여드리자’라는 목표가 있었다. 지금도 그 마음가짐은 유효하다. 목표를 이루는 데 있어서 객관적인 시선으로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런 긍정적인 에너지 또한 값지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그 초심을 잊지 않고 걸어가고 싶다.
Q. 첫인상이 차가워 보여도 실제론 애교가 굉장히 많다고 들었다. 어릴 때도 지금 같은 성격이었는지 궁금한데
연희: 지금 생각해보면 학교와 집에서 정말 다른 모습이었다. 학교에선 잠만 자고 조용한 편이었다면 집에서는 오히려 밝고 웃음 많은 아이였다. 아마 학교 친구들은 나를 정말 조용하고 순둥순둥한 애로 기억하고 있을 거다. 지금도 옛날 친구들을 만나면 나를 보고 깜짝깜짝 놀란다. 아무래도 자신들이 항상 챙겨주던 애가 팀의 리더가 되어 활동하고 있다는 점에 더욱더 신기해하는 것 같다(웃음).
Q. 그러면 윤경은 어떤 편이었나
윤경: 낯가림이 심해서 친구들이 먼저 다가와 주는 편이었다.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다(웃음). 내가 좀 덜렁거리는 면이 있는 만큼 연희 언니를 비롯한 모든 멤버들이 잘 챙겨준다.
Q. 팀 내에서도 춤 선이 가장 명확하다는 평이 많더라. 무대 위 자신의 모습을 보면 어떤 기분이 드나
윤경: 직캠에 촬영된 내 모습을 보면 왜 저렇게 신난 건지 궁금할 때가 많다(웃음). 그 정도로 무대에 올라가면 흥을 주체 못 하게 된다. 물론 팬분들은 그걸 좋게 봐주셔서 춤 선이 예쁘다고 표현해주시지만 나는 이게 장단점이 명확하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감정을 잘 컨트롤할 수 있는 것도 능력이니까.
연희: 윤경이는 무대 위에서의 텐션이 가장 높은 친구다. 그 말은 무대 체질이라는 의미이기도 하고. 일상에서는 한없이 차분한 모습이지만 무대에만 오르면 180도 달라진다.
Q. 연희는 데뷔 후 어떤 부분이 가장 많이 성장했다고 느끼는지
연희: 주변을 둘러볼 수 있는 시야. 리더라는 역할이 있기 때문에 주변의 환경을 효율적으로 둘러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난 누군가를 꼼꼼하게 챙겨주는 성격은 아니었다. 어떻게 보면 지금의 자리로 인해서 새로운 모습을 찾게 된 거다.
윤경: 내가 연습생으로 처음 들어왔을 때까지만 해도 연희 언니는 연령순으로 중간쯤에 있었다. 근데 데뷔에 앞서 팀이 맞춰지고 멤버가 구성되니 맏이가 된 거다. 그러다 보니 언니도 그 상황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이전에 없던 여러 가지 요소를 갖추게 된 거다.
Q. 연희는 그 상황에서 부담감을 느끼진 않았나
연희: 부담감보다는 아무래도 걱정이 컸다. 내가 아직 완벽한 사람이 아닌데 누군가를 챙겨줄 수는 없지 않나. 근데 멤버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정도 많이 쌓이다 보니 조금씩 그 자리에 적응하게 됐다.
Q. 평소 서로에게 부러운 부분이 있다면
윤경: 언니 특유의 텐션으로 이목을 집중시킬 때가 있다. 그런 부분이 언니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주변 사람들의 에너지까지 한껏 끌어올려 준다는 점이 정말 부럽다.
연희: 나는 윤경이의 체력과 정신력을 닮고 싶다. 기본적으로 체력이나 정신력 유지가 정말 잘되는 아이다. 스케줄이 끝날 때까지 첫 텐션 그대로 쭉 안고 간다. 그만큼 체력 안배를 효율적으로 한다는 의미다.
Q. 동향 출신이던데 함께 광주에 내려가 본 적도 있나
연희: 연습생 때 함께 고속버스나 기차를 타고 광주에 내려간 적은 많지만 희한하게도 약속을 잡고 만난 적은 없다(웃음).
윤경: 사실은 한번 만나기로 한 계획이 있었는데 하필 가족 모임이 생겨서 취소된 적이 있다.
연희: 광주 내에서도 끝과 끝 동네라서 만나기 힘든 것도 있다(웃음). 같이 내려갈 때 추억은 정말 많다.
윤경: 연습생 당시엔 ‘셀카 미션’이 있었다. 아무래도 그땐 촬영하는 게 미숙하다 보니 매일 연습하곤 했는데, 광주에 내려가는 내내 함께 촬영했던 기억이 있다.
Q. 그런 연습들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는지
연희: 개인적으로는 정말 많이 됐다(웃음). 내가 어느 표정이 강점인지, 어떤 쪽의 얼굴이 잘 나오는지 확인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윤경: 나 또한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예전 사진을 보니 아직 부족한 것 같다. 더 연습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웃음).
Q. 서로에게 가장 잘 맞는 색을 꼽아보자면
윤경: 오늘 화보 촬영을 하면서 느꼈던 게 언니는 맑은 하늘색이 정말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두 번째 콘셉트 사진을 보는데 언니가 너무 예쁜 거다. 우리가 그동안 하늘색 배경지 앞에서 촬영했던 적은 없는 것 같은데 이번 계기로 언니의 새로운 얼굴을 발견할 수 있었다.
연희: 오늘 내 ‘인생 사진’ 많이 건져간다(웃음). 사실 그동안 윤경이는 네이비 컬러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지만 최근 들어 체리 컬러가 유독 잘 어울린다고 느낀다. 아까 화보 촬영 때 입었던 체크 블라우스도 정말 잘 어울리더라.
Q. 지금의 자신에게 딱 하나 필요한 능력
윤경: 너무 많은데(웃음). 그중에서도 하나를 꼽자면 표정 연기. 특히 이런 화보 촬영을 할 때 매 콘셉트마다 확 바뀌는 표정을 보여주는 것이 정말 어렵다.
연희: 집중력을 길러보고 싶다. 내가 흥미 있는 분야에 있어서는 몇 시간을 하든 꾸준히 매진할 수 있지만 그 외의 분야에서는 집중하기 참 힘들다. 내 관심 밖의 부분에서도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을 꼭 갖추고 싶다.
Q. 로켓펀치의 의미가 ‘지루한 세상에 날리는 신선한 한 방의 펀치’라고 들었다. 누군가의 무대를 보고 신선하다, 틀을 깨는 것 같다고 느낀 적이 있나
윤경: 선배님들의 무대 영상을 주의 깊게 챙겨보는 편이다. 그중에서도 티아라 선배님들의 무대 영상을 보는데 멤버 한 분 한 분 빠짐 없이 너무나 멋지더라. 무대 소품이나 의상을 적극적으로 준비하시는 모습이 신선한 충격이었다. 나 또한 그렇게 진심 어린 노력과 열망으로 무대에 서고 싶다.
연희: 지금 막 생각나는 건 두 가지 무대다. 첫 번째는 몬스타엑스(MONSTA X) 선배님들이 물을 함께 활용했던 ‘Alligator’ 무대. 곡만으로도 파격적인 분위기였는데 물이 들어가서 더욱더 웅장하게 느껴졌다. 두 번째는 태연 선배님의 ‘Love you like crazy’ 무대. 평소에 태연 선배님의 무대를 자주 찾아보는 편인데 여기선 공중에서 그네 타듯이 퍼포먼스를 보여주셔서 더욱더 인상에 남았다.
Q. 코로나바이러스가 접어들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것
윤경: 코로나바이러스가 시작되기 전에 당연하게 흘러갔던 것들을 다시 마주 하고 싶다. 음악 방송에 팬분들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정말 크더라. 우리를 앞에서 바라봐주시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됐다는 걸 느낀다. 콘서트나 팬 미팅도 물론 좋지만 이런 사소한 부분을 한 번만이라도 다시 느껴보고 싶다.
Q. 로켓펀치가 어떤 그룹으로 기억되면 좋을 것 같나
윤경: 무대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감정을 느낄 때가 있는데, 이 감정을 조금이나마 팬분들에게 불어넣어 드리고 싶다. 우리 음악과 무대를 접하고 에너지를 얻어가신다면 더할 나위 없다.
연희: 큰 꿈이라고 느낄 수 있지만 세대를 대표하는 그룹이 되고 싶다. 보통 사람들끼리 ‘너 초등학생 때 인기 많았던 그룹은 누구였어?’라고 묻지 않나. 먼 훗날 과거를 돌아봤을 때 그런 질문 속에서 언급되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은 게 가장 큰 목표다.
Q. 켓치(KETCHY)에게 한마디
연희: 윤경이랑 처음으로 예쁜 화보를 촬영하고 인터뷰를 진행하게 됐다. 누구보다도 켓치분들이 결과물을 보고 좋아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는 항상 켓치가 있기 때문에 빛날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그 감사함, 초심을 잃지 않는 모습으로 보답하는 로켓펀치가 되고 싶다(웃음).
에디터: 박찬
포토그래퍼: 천유신
의상: 레더프롬문, 로맨시크, 제곱, 라티젠, 잉글리쉬팩토리, 골라, 잇미샤, 앤디아더
슈즈: 레이첼콕스, 소보, 닥터마틴, 토니폰즈, 나귀사
주얼리: 블랙뮤즈, 젤라시, 아티카, 수앤수, 케이트앤켈리
라피아 햇: 잇미샤, 고운모자
선베드&파라솔: 바바빌리지(VAVAVILLAGE)
아트디렉터: Bluefast (누툭, 린펑)
스타일리스트: 송민지, 오예림
헤어: 우주 실장(프리프리)
메이크업: 수연 실장(프리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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