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영탁과 예천양조의 계약 결렬을 두고 양측의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다.
예천양조 서울지부 조모 대표는 26일 한경닷컴과 전화 인터뷰에서 "영탁 측이 150억 원을 주장했다는 명확한 증거가 있다"며 "사실이 아니라면 명예훼손으로 고소해도 좋다"고 말했다.
예천양조는 지난달 영탁과 '영탁막걸리' 재계약이 완전히 결렬된 사실을 전하면서 "영탁이 1년에 50억 원씩, 3년 동안 150억 원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영탁의 무리한 계약금 요구가 재계약 결렬의 배경이었다는 것.
영탁 측은 반박했다. 계약기간 만료 후 '영탁'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것을 놓고 계약을 논의해 왔고, 계약금이 거론됐지만 150억 원이라는 금액은 아니었다는 것. 뿐만 아니라 '영탁'이라는 이름을 영탁 측의 승인 없이 예천양조가 사용하는 건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한 양측 모두 대형 법무법인을 법률대리인으로 기용하고 '영탁막걸리' 이름 사용을 놓고 팽팽하게 맞서는 형국이다.
그러면서 "터무니없이 큰 금액이고, 최대한 금액을 맞추기 위해 차입금까지 합해서 만든 금액이 7억 원이었다"고 설명했다.
조 씨는 또 "'영탁'이라는 이름을 가수 영탁에서 따온 것도 아닌데 이름을 도용했다는 의혹은 너무 억울하다"며 "영탁이라는 브랜드명은 예천양조 백구영 회상님의 이름의 '영', 탁주의 '탁'을 따서 지은 것으로 영탁과 처음 체결했던 계약서에도 '영탁막걸리'라고 기재돼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팬들은 예천양조 측의 주장에 반박하고 있다. 영탁이 TV조선 '미스터트롯' 출전 당시 '막걸리 한잔'을 부르며 화제를 모았는데, 이후 '영탁막걸리'를 출시한 게 아니겠냐는 것. 실제로 백구영 회장도 과거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새롭게 공장을 확장한 뒤 제품 출시를 준비 중이었는데, 우연히 영탁이 부른 '막걸리 한잔'을 보게 됐다. 영탁 본명이 막걸리와 매치가 잘 된다 싶어 이름 그대로를 썼고 모델로 발탁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조 대표는 "2019년부터 진탁, 영탁, 회룡포 이름 3개를 지어놓은 상태에서 고심 끝에 2020년 1월 28일 '영탁'으로 상표출원을 하게 됐다"는 입장이다.
다만 예천양조가 신청했던 상표출원은 특허청에서 승인이 거절됐다. 특허청은 '영탁막걸리'에 대해 "상표법 34조 1항 6호에 의해 거절 결정이 났다"고도 전했다. 상표법 34조 1항 6호는 '저명한 타인의 성명·명칭 등을 포함하는 상표는 본인의 승낙을 받지 않는 한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다'고 규정한다. 이에 따라 영탁의 승인 없이 상표 등록이 불가능하다.
실제로 영탁과 예천양조의 계약 기간이 만료되는 시점에 예천양조 측이 '영탁막걸리' 이름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는 보도자료가 공개되자, 팬덤을 중심으로 불매 움직임이 나오기 시작했다. 예천양조 홈페이지 소비자 게시판에도 이런 행동에 문제를 제기하는 글들이 게재됐다.
예천양초 측은 "영탁이 유명해지기 전부터 '영탁막걸리'라는 이름을 구상했고, 이름이 같아서 영탁을 모델로 기용한 것"이라며 '영탁'이라는 이름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와중에 불매운동까지 불거지자 계약이 불발된 내용을 공개했다는 설명이다.
그렇지만 영탁 측의 입장은 예천양조와 전혀 다르다. 2020년 하반기에 예천양조 측에서 영탁 상표 출원 사용 승락서를 요청했지만 거절했고, 이후 지속적인 요청으로 올해 3월부터 협의를 시작했지만 결국 서로의 입장이 맞지 않아 결렬됐다는 것.
특히 이 과정에서 예천양조 측이 대형 법무법인으로 법률대리인을 교체한 후 '상표 '영탁'의 라이센싱에 대한 입장 통보'라는 이메일을 보내 "사전 통보도 없이 이메일을 받아 황당했고, 예천양조 측에 예천양조의 주장이 타당하지 않다는 점을 설명하며 이번 협상을 종료하겠다는 취지의 답신을 보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계속 분쟁이 되는 경우 특허청의 판단 및 종국적으로는 법원의 판단에 따라 확인될 것"이라고 덧붙이면서 앞으로 '영탁' 사용을 둘러싼 갈등이 어떻게 진행될 지 지켜볼 일이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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