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하고 동정심도 많은 여배우 B. 그런 그에게도 강렬한 꿈과 욕망이 있다. 안톤 체호프 원작의 연극 ‘갈매기’의 주인공 니나 역을 맡는 것. B는 귀신이 돼서도 이를 원한다. 다음달 7일부터 9월 12일까지 서울 대학로자유극장에서 열리는 연극 ‘분장실’은 무대 뒤 분장실에서 벌어지는 B를 비롯한 여배우 네 명의 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꿈과 회한을 담아낸다.
B역을 맡은 배우 배종옥(사진)을 최근 대학로 연습실에서 만났다. 그는 “몇 해 전부터 진지하기만 한 것보다는 재밌는 무대를 하고 싶어졌는데, 네 명의 캐릭터가 그들만의 컬러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과정이 흥미롭게 다가왔다”며 “오랜만에 여배우들이 무대에 함께 올라 더욱 의미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가 배우로서 배우 역할을 한 건 2008년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 이후 두 번째다. “제가 하는 직업이니 더 자유로울 수 있고 다양한 이미지도 투영하게 돼요. 이번 작품을 통해선 배우로 살아온 시간도 되돌아보게 됐어요. 지금까지 제가 행복한 배우였다는 것도 깨달았고, 배우로서의 재능을 잘 써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됐습니다.”
대본 리딩 땐 배우가 함께 작품에 아이디어를 더하기도 했다. 배우에겐 무대에 올라가면 갑자기 대사가 생각나지 않는 순간이 있다. 관객과 마주하고 있으면 당황해서 식은땀만 난다. 그는 “배우의 이런 경험이 작품에 들어갔는데, 다른 작업보다 우리 이야기가 더 생생하게 녹아드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 드라마, 영화 등에서와는 또 다른 매력을 선보인다.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보다 연습하면서 좀 더 사랑스러운 캐릭터라고 느꼈어요. 예뻐 보이길 원하고 자기 안에 빠져 있는 면도 있죠.”
최근엔 코미디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했다. “비극보다 희극이 훨씬 어려워요. 더욱이 저는 웃음이 많아 저 스스로는 웃지 않은 채 남을 웃기는 게 쉽지 않은 것 같아요. 그래도 코미디를 잘 해내고 싶어요.”
무대를 통해 자신만의 레퍼토리를 만들고 싶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박정자 선생님의 80세 기념 공연 ‘해롤드와 모드’를 보면서 무대에 대한 또 다른 욕심이 생겼어요. 선생님처럼 저만의 레퍼토리를 갖고, 기억력이 허락하는 한 무대에 계속 서고 싶어요.”
글=김희경/사진=김병언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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