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화백은 국권 침탈과 해방, 전쟁과 민주화 등 격동의 현대사를 살면서도 시대와 불화하지 않았다. 대신 가족과 나무, 새, 동물 등의 정겹고 단순한 이미지들로 동심과 해학을 표현해 독창적 예술세계를 구축했다. 6·25전쟁 중 고향인 충남 연기군에 잠시 피신해 있을 때 그린 이 작품도 마찬가지다. 재료가 부족해 1939년 그린 ‘소녀’의 뒷면에 그린 것이지만, 전쟁 중 어려운 형편에 그린 작품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평화로운 분위기가 담겨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명작’ 전시에서 장 화백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이 작품과 이면의 소녀 그림을 함께 만날 수 있다. 전시는 내년 3월 13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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