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저녁 7시, 하나은행의 유튜브 채널인 ‘하나TV’에 방송인 권혁수와 게임 캐스터 겸 쇼호스트 서경환이 휴양지 패션을 연상시키는 하와이안 셔츠를 입고 등장했다. 랍스터와 망고가 쌓인 테이블에서 진행된 방송 주제는 모바일 외화 환전·보관 서비스 ‘환전지갑’. 두 사람이 환전을 해보며 서비스 장점을 소개하고, 해외 여행·환전과 관련한 각종 콘텐츠를 설명하는 모습을 17만 명(누적)이 지켜봤다. 진행자가 눈에 띄는 댓글을 뽑아 읽어주고 상품권을 선물하자 실시간 채팅창에도 댓글이 쏟아졌다.
하나은행이 금융과 라이브커머스를 연계한 라이브 방송을 시작했다. 국내 은행이 라이브커머스 사업을 위해 별도 조직을 꾸리고 핵심 플랫폼 전략으로 ‘라방’에 도전한 것은 처음이다.
이날 생방송 1시간 동안 환전지갑으로 이뤄진 환전 건수는 총 1024건. 코로나19로 환전 수요가 줄어든 이후 하루 평균 환전지갑을 통한 환전 건수가 약 1000건이었음을 고려하면 상당한 수준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손님 반응과 라이브커머스의 사업성을 확인하기 위한 파일럿 테스트 성격의 방송이어서 외부 홍보를 하지 않았는데도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다”며 “단순한 상품 설명이 아니라 거래까지 실시간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새 금융상품 판매 채널로서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하나은행은 아이부자 앱, 주택청약저축 등 큰 금액의 투자 위험 없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금융 서비스를 대상으로 한 달 반 동안 4회에 걸쳐 시험 방송에 나설 계획이다. 판매 플랫폼도 롯데온·네이버 등 전문 라이브커머스 플랫폼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법적 리스크가 해소되면 예·적금, 펀드 등도 라방으로 가입하는 시대가 열릴 수 있다.
하나은행이 라이브커머스를 미래 플랫폼으로 점찍은 것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와의 소통 접점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스마트폰 기반의 라이브커머스는 TV 홈쇼핑과 달리 실시간으로 쌍방향 소통이 가능하고 방송통신위원회의 심의 대상이 아니어서 보다 다양한 유형의 콘텐츠를 선보일 수 있다. 스마트폰에 익숙하고 소통과 재미 요소를 중시하는 MZ세대에게 최적화됐다.
하나은행의 첫 라이브커머스 방송도 전체 시청자의 42%가 MZ세대(18~34세)로 집계됐다. 윤성희 하나은행 라이브커머스팀장은 “젊은 세대의 영업점 방문이 줄어드는 만큼 MZ세대가 원하는 채널에서 금융상품을 판매해보자는 취지”라며 “중장기적으로는 데이터 확보를 위해 은행의 자체 라이브커머스 플랫폼을 구축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약 4000억원에 불과했던 국내 라이브커머스 시장 규모는 2023년 1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시장 규모가 9610억위안(약 191조원)으로 추정되는 중국에서는 금융사가 라이브커머스로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사례가 이미 자리잡았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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