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세까지 CEO 보장, 다이먼의 '3대 병기'

입력 2021-07-26 17:28   수정 2021-07-27 01:30

‘월가의 황제’로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간체이스 최고경영자(CEO)가 70세까지 임기를 보장받았다. 그의 나이는 올해 65세. JP모간 이사회는 2026년 행사 가능한 스톡옵션을 부여하며 “다이먼 대신 황제에 오를 사람은 아직 없다”고 공표했다.

미국 월가에서 최고의 경영자로 인정받은 그가 늘 승승장구했던 건 아니다. 16년간 멘토로 함께했던 샌디 웨일 전 씨티그룹 회장으로부터 1998년 해고 통보를 받았다. 이후 절치부심하며 JP모간을 세계 최고 은행으로 키워냈다. 냉철한 판단력, 실적 중심 경영, 열린 리더십이 다이먼이 월가 최장수 CEO 자리에 오른 비결로 꼽힌다.

16년째 JP모간 맡아 경영
‘7.4년’. 세계 10대 투자은행 CEO들의 재임기간이다. 다이먼은 2005년 JP모간 CEO에 오른 뒤 15년 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18년 3월 JP모간 이사회가 허락한 그의 임기는 2023년까지였다. 하지만 이사회는 다이먼의 시대가 좀 더 이어지길 바랐다. 지난 21일 다이먼은 2026년까지 재임해야 행사할 수 있는 150만 주의 스톡옵션을 받았다. 그때가 되면 다이먼의 나이는 70세다. JP모간 CEO로 재임한 지 21년이 된다.

미국 S&P500 기업 CEO의 평균 재임 기간은 10.2년이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따르면 CEO들은 재임 11~15년째 되는 해 가장 뛰어난 성과를 내는 ‘황금기’를 보낸다. 다이먼의 임기는 이런 황금기마저도 지난 때다. JP모간 이사회가 무한한 신뢰를 보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씨티 해고 후 뱅크원 흑자 전환
신뢰를 키운 것은 실적이다. 다이먼 취임 전인 2005년 JP모간 순이익은 84억8000만달러에 불과했다. 역대 최대 순이익을 냈던 2019년 364억300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14년 만에 네 배 넘게 급증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주춤했던 작년에도 291억달러의 순익을 거뒀다.

다이먼은 디테일에 강한 CEO로 평가받는다. 매일 산더미 같은 서류를 보면서 때론 담당 직원보다 더 자세한 세부 사항을 짚어낸다. 숨기지 않고 직설적으로 말하는 그의 화법에 매료된 사람이 늘면서 ‘다이먼교’라는 용어까지 생겼다.

시련은 그가 최고 자리에 오른 토양이 됐다. 다이먼은 1998년 씨티그룹 CEO에서 해임됐다. 그에게 시련을 안긴 이는 1982년 하버드대 경영학석사(MBA) 졸업 후 함께한 멘토였다. 웨일 전 씨티그룹 회장이다. 다이먼은 그와 함께 16년간 아메리칸익스프레스, 커머셜크레디트, 트래블러스그룹, 씨티그룹을 차례로 일궜다. 하지만 웨일은 자신의 딸을 인사에서 배제했다는 이유로 다이먼에게 해고 통보를 했다. 갑자기 맞은 휴식기에 그는 권투를 배웠다. 위대한 지도자들의 위인전도 읽었다. 이듬해 다이먼은 웨일을 점심식사에 초대했다.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기 위해서다. 실패를 통해 인생을 배웠기 때문이다.
구조조정을 두려워하지 않는 CEO
2000년 3월 다이먼은 미국 5위 은행이던 뱅크원 CEO에 올랐다. 5억1100만달러 순손실 기업을 3년 만에 35억달러 흑자 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과감한 구조조정을 하는 그에게 ‘피 묻히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CEO’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2004년 JP모간은 뱅크원을 580억달러에 인수했다. 조건은 다이먼이 CEO를 맡는 것이었다. 다이먼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베어스턴스와 워싱턴뮤추얼을 잇따라 인수하는 전략으로 JP모간을 세계 최고 은행 반열에 올렸다.

2012년에도 위기는 있었다. JP모간 런던지사에서 파생상품 거래로 62억달러 손실을 냈다. ‘런던 고래’ 사건이다. 퇴임 압박이 빗발쳤지만 그는 사상 최대(당시 213억달러 순익) 실적을 올리면서 이사회의 마음을 돌렸다.

지난해 3월 다이먼은 대동맥 박리 수술을 받았다. 생명을 위협하는 심장수술을 받고 돌아온 그는 5월 소비자금융 부문을 확대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코로나19 이후 소비자 지출이 크게 늘 것이라고 판단해서다. 올해 2분기 개인고객 예금은 19% 증가했다. 병상에서 내렸던 그의 판단이 적중한 셈이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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