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아직 기소 여부가 정해지지 않은 백 전 장관의 ‘배임 교사’ 혐의다. 대전지검 수사팀은 “백 전 장관에게도 배임 교사죄를 적용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정 사장이 조작된 평가 결과에 기반해 원전 가동 중단을 의결하는 바람에 한국수력원자력에 1481억원 상당의 손해를 입혔고, 백 전 장관도 개입한 만큼 그에게도 배임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김오수 검찰총장을 비롯한 대검찰청 지도부는 “백 전 장관에게 배임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고 반대했다.
수사팀과 마찰이 일자 김 총장은 지난달 30일 직권으로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를 열기로 결정했다. 백 전 장관의 배임 교사 혐의만 따로 떼서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보자는 것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현 정부의 눈치를 본 반쪽짜리 기소이자 억지 수심위 개최”란 말이 무성했다. “검찰총장이 ‘청와대 윗선’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수사 길목을 직접 막아선 것 아니냐”는 비판이었다.
수심위는 검찰총장이 소집 결정을 내린 지 한 달이 넘도록 개최 일정조차 잡히지 않고 있다. 통상 소집이 정해진 뒤 2~3주 안에 열리는데 이번 건은 그렇지 않다. 이런 와중에 월성 원전 사건을 들여다보던 대전지검 수사팀은 지난달 검찰 중간간부 인사 때 전국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김 총장마저 26일부터 나흘 동안 나 몰라라 여름 휴가를 떠나 버렸으니, 법조계를 중심으로 ‘김 총장이 백 전 장관 재판 관련 절차를 일부러 늦추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김 총장이 휴가에서 복귀한 뒤 백 전 장관 재판일까지는 한 달도 채 남지 않는다.
지금까지 있었던 문재인 정부의 집요한 탈원전 수사 반대로 국민은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궁금해하고 있다. 그런 만큼 재판에 대한 주목도도 높다. 이런 마당에 김 총장이 수심위 일정을 일부러 지연시키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검찰 조직에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그가 취임사에 밝힌 것처럼 검찰이 진정 ‘국민을 위한 검찰’이 되기를 바란다면 수심위 소집을 서두르길 바란다. 탈원전의 진실은 법정에서 가리면 된다. 뭉갠다고 뭉개질 일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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