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비살상용 '스마트 권총'

입력 2021-07-26 17:34   수정 2021-08-23 09:55

2018년 경북 영양에서 한 경찰관이 범인의 흉기에 찔려 숨졌다. 이를 제압하던 동료 경찰은 큰 부상을 입었다. 앞서 충남 아산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이에 경찰의 ‘무장 강화’를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청와대에 빗발쳤다. “범죄자 인권보다 경찰 인권이 더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거셌다.

그동안 경찰은 무기 사용 지침이 구체적이지 않은 탓에 흉악범이라도 강하게 제압하지 못했다. 총기 사용 뒤에는 매번 적절성 시비가 일었고 해당 경찰은 감사를 받아야 했다. 심지어 범인으로부터 손해배상 청구를 당하기도 했다.

테이저건(전자충격기)이 도입됐지만 사정거리는 짧고 단발이라는 한계가 있었다. 살상용 권총을 대체할 경량 무기를 갖춰야 한다는 주장이 진작에 제기됐지만 그것마저 유야무야되고 말았다. 2019년 경찰청이 총기사용 세부 지침을 마련한 뒤에도 ‘과잉 진압’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나온 아이디어가 화력을 대폭 낮춘 비(非)살상용 ‘스마트 권총’이다. 국내 방위산업체가 지난해 개발한 9㎜ 리볼버 권총의 화력은 현재 38구경 권총의 10% 수준으로 낮다. 총탄은 플라스틱을 사용한다. 범인이 충격을 받으면서도 장애를 입거나 사망에 이르지는 않을 정도라고 한다.

새 권총의 무게는 512g이다. 38구경 권총(680g)보다 가볍다. 일종의 블랙박스 칩을 심어 발사시간·장소·각도 등을 자동 저장하는 첨단 기능도 갖췄다. 지난해 말 ‘대한민국 방위산업전(展)’과 올해 초 중동에서 열린 ‘방산전시회’에 선보인 뒤 중동에 먼저 수출됐다.

새 권총이 도입되면 사정이 좀 나아질까. 현장 경찰들에게 물어보니 “별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반응이 많다. 면책 범위에 대한 확신이 없다는 것이다. 민원 제기와 내부감사, 소송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한 경찰은 “플라스틱탄에 맞아 다쳤다고 소송할 텐데 법원에선 경찰 지침도 별 소용이 없다”며 “과잉대응했다고 하면 독직폭행 혐의까지 쓸 수 있는데, 그건 당장 경찰을 그만둬야 하는 중범죄에 해당한다”고 토로했다.

일반 국민 중에서도 ‘공권력 과잉’을 견제하는 시각과 ‘범죄 앞에 강한 경찰’을 요구하는 주장이 공존하고 있다. 이런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인공지능(AI) 권총’ 같은 건 없을까. 그야말로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하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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