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26일 브리핑에서 “이미 델타 변이는 국내 코로나19 유행에 있어 최소한 절반 이상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국내에서 델타 변이가 우세종이 됐다는 의미다. 델타 변이 검출률은 6월 20∼26일 3.3%에서 지난 18∼24일 48.0%로 높아졌다. 방역당국은 그동안 다음달께 델타 변이가 우세종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속도가 더 빨라진 것이다. 델타 변이는 영국발 알파 변이보다 전파력이 1.64배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의 사회적 거리두기 방식으론 델타 변이를 막기 힘들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손 반장은 “전파 속도가 굉장히 빨라 사회적 거리두기의 강도나 방역 대응 전략에서 놓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지금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막을 수 있지만 델타 변이는 막기 어려운 것으로 해석된다”고 덧붙였다.
델타 변이는 유럽과 미국에선 이미 과반을 차지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아일랜드는 지난달 14일 12%였지만 지난 20일 96%로 높아졌다. 영국은 신규 확진자 중 99%가 델타 변이 감염이다. 델타 변이 검출률이 68% 정도인 프랑스는 식당이나 영화관 등 입장 시 백신 접종 증명서 제시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미국에서도 델타 변이 비율은 신규 감염의 80%에 달한다. 백신 접종률이 40% 이하인 미주리와 아칸소, 앨라배마 등에서 델타 변이 확산 속도가 빠르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미접종 인구와 치명적인 델타 변이의 확산으로 미국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부스터샷(추가 접종)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델타 변이 확산 속에 정부는 하루 신규 확진자가 3000명까지 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나와 “(국민의 이동량을) 제어하지 못하면 내달 말에는 하루 확진자가 2000~3000명 사이로 갈 것이라는 아주 부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이달 초 방역당국이 내놨던 전망보다 더 부정적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지난 8일 “민간 전문가와 합동으로 수학적 모델링을 이용해 확진자 발생 전망을 추정했더니 7월 말 환자 수는 현 수준이 유지되면 1400명 정도, 악화할 경우 2140명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됐다”고 했다.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20일째 1000명 이상 네 자릿수를 이어갔다. 25일 기준 신규 확진자는 1318명이다. 전날보다 169명 줄었지만 주말 검사 건수 감소 영향에 따른 것으로, 확산세가 꺾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비수도권 확산 속도가 빠르다. 지역 발생 확진자 가운데 비수도권 비중이 이번 4차 대유행 이후 처음으로 40%를 넘었다. 25일 27명의 확진자가 나온 대전은 27일부터 거리두기를 4단계로 격상한다.
김우섭/이선아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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