졌지만…김연경의 '라스트 댄스'는 끝나지 않았다

입력 2021-07-26 18:04   수정 2021-07-27 00:31


‘캡틴’ 김연경(33)만으로는 역시 부족했다. 그래도 아직 희망을 접기는 이르다.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은 지난 25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배구 여자 예선 A조 첫 경기에서 강호 브라질에 세트 스코어 0-3(10-25 22-25 19-25)으로 완패했다. 브라질은 국제배구연맹(FIVB) 랭킹 2위로 14위인 한국보다 객관적 전력에서 우위에 있는 팀이다. 기술과 힘, 높이 모두에서 한국을 앞선다.

1세트에서 한국은 브라질의 높은 벽에 막혀 일방적으로 끌려다녔다. 김연경도 2득점에 그쳤다. 2세트부터 김연경이 살아나면서 승부가 팽팽해졌지만 세트를 따내지는 못했다. 김연경이 12점, 박정아가 9점으로 활약했지만 결과는 완패였다.

그래도 김연경은 ‘월드클래스’로서 한 차원 다른 플레이를 펼쳤다. 2세트에서 나온 김연경의 ‘노룩 스파이크’가 압권이었다. 9-13으로 뒤진 상황에서 김연경 특유의 노룩 스파이크에 브라질 선수들은 꼼짝하지 못했다.

아쉬운 결과 앞에서도 김연경은 강했다. 곧바로 후배들에게 ‘진짜 목표’를 되새겼다. 그는 의기소침한 동료들에게 “다음에 잘하자”고 외치며 기운을 북돋웠다. 이어 “브라질과 세르비아가 우리 조에서 가장 강한 팀이란 건 모두가 알고 있다”며 “27일 케냐를 꼭 이기고, 두 팀(도미니카공화국·일본) 중 한 팀은 꼭 꺾어서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올림픽은 김연경에게 더더욱 특별한 무대다. 사실상 올림픽 메달 도전의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이다. 김연경은 선수 생활을 하는 동안 경험할 수 있는 거의 모든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단 하나, 올림픽 메달이 없다. 첫 올림픽이던 2012년 런던 대회에서 김연경은 세계랭킹 15위인 한국팀을 본선까지 끌고 갔다. 세르비아, 브라질, 이탈리아 등을 내리 이기며 드라마를 썼다. 한국팀의 드라마는 4위로 막을 내렸다. 1976년 몬트리올 대회 이후 36년 만에 이룬 4강 신화였다.

김연경은 8경기에서 올린 총 207점으로 득점왕이 됐고 FIVB가 선정한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두 번째 도전이던 2016 리우올림픽에서는 8강전에서 네덜란드에 패해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이날 경기를 마친 뒤 김연경은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 모두가 긴장한 것 같다. 부담감을 떨쳐내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어 “1세트 막판부터 조금 좋아졌고, 2세트에는 경기력이 나아졌다. 한 세트도 따지 못한 건 아쉽지만 점점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한국 여자배구팀은 27일 케냐와 예선 2차전을 벌인다. 김연경의 ‘라스트 댄스(last dance)’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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