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에서 26일 개최국 일본이 금메달 8개로 종합 1위로 나섰다. 17일의 경기일정 가운데 이제 막 초반전이 마무리되는 시점이긴하지만 일본의 선전은 기대이상으로 평가된다.
1964년 이후 57년 만에 홈에서 열리는 이번 올림픽에서 일본 대표팀은 금메달 30개를 목표로 내걸었다. 1912년 제5회 스톡홀름올림픽에 처음 출전한 이래 일본 대표팀이 가장 많은 금메달을 획득한 대회는 1964년 도쿄올림픽과 2004년 아테네올림픽의 16개였다.
하계올림픽에서 100년 동안 딴 금메달(142개)의 20%를 한 대회에서 따겠다는 대표팀의 목표에 일본 내에서도 과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하지만 대회 초반 일본 대표팀이 순항하자 '설마'가 현실이 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는 영국의 성공사례를 모방한 제도다. 2012년 런던올림픽을 유치한 영국은 개최국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철저한 성과주의에 입각한 투자를 실시했다. 메달을 딸 가능성이 높은 종목에 자금을 집중적으로 몰아주는 방식이었다.
이러한 투자방식 덕분에 영국은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금메달 29개로 세계 3위를 차지했다. 4년뒤 리우올림픽에서는 27개의 금메달을 획득해 종합 2위에 올랐다.
영국의 투자방식을 본 딴 일본 정부도 메달 획득 가능성이 높은 종목을 'S등급'과 'A등급'으로 나눠 차등 지원한다. S등급 종목은 30%, A등급 종목은 20%씩 선수강화 예산을 더 받는다.
S등급에는 야구 유도 수영 가라테 체조 육상 배드민턴 레슬링 스케이트보드 스포츠클라이밍 등 10종목이 선정됐다. A등급에는 탁구 테니스 배구 소프트볼 요트 역도 등 6종목이 포함됐다. 현재 일본이 딴 금메달 8개 중 7개가 S등급, 나머지 1개는 A등급 종목에서 나왔다. 유도(4개), 스케이트보드(2개), 수영(1개), 탁구(1개)의 순이다.
포상금도 두둑하다. 일본올림픽위원회(JOC)는 도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에 500만엔, 은메달리스트에 200만엔, 동메달리스트에 100만엔씩을 지급한다. 각 경기단체가 내건 포상금은 더욱 통이 크다. 육상 골프 승마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는 2000만엔을 받는다. 배드민턴 탁구 가라테는 1000만엔, 테니스는 800만엔의 금메달 포상금이 별도로 걸려 있다.
탁구용품업체 빅타스는 일본 남자탁구 대표팀이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면 출전선수 3명에게 1억엔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일본 스포츠계의 뿌리깊은 아마추어리즘 전통 때문이다. 다니가마 히로노리 도요대학 교수는 요미우리신문에 "일본의 근대 스포츠는 메이지시대 이후 학교 교육의 일환으로 발달해 왔기 때문에 경기 관계자들은 아마추어리즘을 신봉했다"고 말했다.
올림픽을 아마추어 선수들의 제전으로 여겼던 일본 스포츠계가 변한 계기는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굴욕을 겪으면서다. 서울올림픽에서 일본은 14개의 메달을 따는데 그쳤다. 개최국의 이점을 살려 종합 4위를 차지한 한국(33개)은 물론 중국(28개)에 비해서도 메달수가 절반에 불과했다.
1964년 도쿄올림픽의 성공 이후 일본은 20년 동안 아시아 스포츠 최강국을 자처해오던 일본으로서는 체면을 완전히 구긴 대회였다. 일본 미디어들은 한국과 중국의 포상금 제도를 예로 들며 "스포츠계에 적극적으로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여론을 받아들여 1989년 일본체육협회로부터 독립한 JOC가 첫번째로 내건 경기력 강화대책이 포상금 제도였다. 포상금 제도가 처음 적용된 대회는 1992년 알베르빌 동계올림픽이었다. 알베르빌 금메달리스트의 포상금은 300만엔이었다. 이 금액은 일본의 장기 경기침체인 '잃어버린 30년'과 함께 24년간 동결됐다.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야 금메달만 500만엔으로 포상금이 200만엔 늘어났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까지 JOC는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에게 지급한 포상금은 9억엔에 달한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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