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이 수조원에서 수십조원에 이르는 대어들이 증시 상장에 나서면서 공모주 시장이 뜨거워지고 있다. 일반 투자자들이 공모주 청약에 나서지만, 주식을 받기도 쉽지 않다. 최근에는 일부 종목에 대해 '거품론'까지 제기 되면서 투자에 의문이 들기도 한다. 때문에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공모주 자체보다 해당 기업의 상장으로 수혜가 기대되는 ‘틈새 종목’을 공략하고 있다.
이들 투자자들이 눈여보는 종목들 상당수는 IPO(기업공개) 대어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다. 또한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도, 상장으로 인해 관련 업종이나 테마나 부각되는 것이 감안된 종목들도 있다. 공모주 청약을 통해 '대박' 수익은 얻기 어렵지만, 수혜를 입는다면 어느정도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다만 지분율이 크지 않거나, 연관성이 크지 않은데도 관련주로 묶인 종목들도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공모주 대어의 상장 절차 진행 상황의 부침에 따라 주가 변동성이 커지는 ‘테마주’의 형태를 띄기도 해서 투자 시기에 따라서는 '중박'은 커녕 손실을 볼 수도 있다.
크래프톤 지분 0.9%가량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넵튠도 이달 들어 17% 상승했다. 같은 기간 대성창투(6.45%), 아주IB투자(6.75%) 등도 강세였다. 대성창투와 아주IB투자 역시 크래프톤의 5% 이상 주주 목록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이달에만 주가가 7.88% 상승한 넷게임즈는 박용현 대표가 크래프톤의 공동창업자라는 이유로 크래프톤 관련주로 분류된다. 넷게임즈가 크래프톤과 지분관계가 없다. 박용현 대표 개인과 크래프톤의 과거 관계가 투자심리를 자극했다는 측면에서, 특정 정치인과 관계가 없다는 공시에도 급등락하는 ‘정치인 테마주’의 모습이 넷게임즈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이노테라피를 제외한 넵튠, 대성창투. 아주IB투자, 넷게임즈는 지난달 28일 주가가 약세를 보였다. 직전 거래일인 25일 장마감 이후 금융감독원이 크래프톤이 제출한 증권신고서의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한 영향이다. 금융당국은 명확한 이유를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크래프톤이 45만8000~55만7000원으로 제시한 희망공모가 밴드가 너무 높다는 압박을 가한 것으로 해석했다.
결국 크래프톤은 희망 공모가 밴드를 40만~49만8000원으로 수정한 정정신고서를 제출한 뒤 상장 절차를 재개했다. 이날까지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하고 다음달 2~3일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 청약을 받는다.
자회사 한국밸류자산운용을 통해 카카오뱅크 지분 27%를 보유하고 있는 한국금융지주는 전일 10만5000원에 마감됐다. 지난 23일엔 직전 거래일 대비 9.27% 상승한 11만2000원까지 치솟았지만, 상승분을 상당 폭 반납했다. 급등하기 전인 지난 22일 종가(10만2000원)와 비교하면 2.94% 오르는 데 그쳤다.
카카오뱅크 지분 1.39%를 보유하고 있는 예스24는 지난 23일 상한가를 기록한 뒤 전일에도 강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이 회사의 지주사인 한세예스24홀딩스는 지난 23일 상한가를 기록한 뒤 전일에는 7.33%의 조정을 받았다.
이외에도 카카오뱅크 지분을 보유한 넷마블,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의 비대면 본인인증 서비스를 대행하고 있는 드림시큐리티, 카카오뱅크에 비대면 영상인증 솔루션을 공급한 뒤 유지·보수를 맡고 있는 알서포트 등도 지난 23일부터 전일 장 초반까지 강세를 보인 뒤 하락했다.
‘거품’ 경고가 나온 영향으로 보인다. BNK투자증권은 카카오뱅크가 장외시장에서 주당 8만2000원에 거래된 데 대해 “어이없는 수준”이라고 평가한 보고서를 전일 내놨다. 특히 플랫폼을 활용한 카카오뱅크의 성장성에 대해서도 회의적 분석을 제기하며, 목표주가를 공모가 대비 38%가량 낮은 2만4000원을 제시했다.
전일 HMR 기업인 우양은 지난 23일 종가와 같은 5850원으로 마감됐다. 마켓컬리가 본격적으로 국내 증시 상장을 추진한다는 소식에 우양은 5940원으로 전일 거래를 시작해 장중에는 5960원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이후 미끄러졌다.
이 회사 주가는 마켓컬리가 시리즈F 투자를 받으며 2조5000억원가량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 9일 장중 6480원을 찍은 뒤 내리막을 타고 있다. 미국 상장을 추진하던 마켓컬리가 국내 상장으로 방향을 틀면서 실망 매물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
마켓컬리의 콜센터를 구축했다는 이유로 관련주 목록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이씨에스도 비슷한 흐름이다. 지난 9일 장중에 1만1000원(8일 종가 대비 10.54% 상승)까지 올랐다가 8810원(8.99% 하락)으로 마감했다. 이후 14일까지 회복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전일 7940원까지 빠졌다.
음료와 식품첨가물을 제조하는 흥국에프앤비의 주가도 이달 중순 이후 내리막을 타다가, 전일 장중 4820원(23일 종가 대비 16.99% 상승)을 찍고 4295원(4.25%)로 마감했다.
드라이아이스를 만드는 태경케미컬은 마켓컬리 관련주들 중 비교적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전일에는 지난 23일 종가 1만9000원 대비 1050원(5.53%) 상승한 2만50원에 마감됐다. 드라이아이스 판매 호조에 따른 호실적을 전망하는 한화투자증권의 보고서가 나온 영향으로 보인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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