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아내가 직장 상사에게 강간을 당했다'는 제목의 청원이 게재됐다. 자신을 사회복지사 A 씨의 남편이라고 소개한 청원인은 "아내가 지난해 11월부터 노인복지센터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었는데, 복지센터 원장의 아들인 대표가 지난 4월 초부터 위력을 행사하며 아내를 수차례 강간하고, 여러차례 유사성행위를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으로 극도로 우울해진 아내가 자살 시도를 하면서 저와 아직 초등학생인 세 아이까지 큰 충격을 받았다"며 "평화롭던 저희 가정은 순식간에 지옥이 되고 말았다"고 전했다.
청원 내용이 기사로 보도되고, 충격적인 사건 내용에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청원 동참이 독려 됐다. 하지만 지난 26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댓글로 가해자로 지목된 B 씨로 보이는 인물이 두 사람이 주고받은 모바일 메신저 내용을 캡처해 공개하면서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상황이다.
B 씨는 "내용을 세상에 알리고 싶지 않았으나 불가피하게 방어 차원에서 올린다"며 "바람피운 아내를 성폭행 피해자로 둔갑 시켜 거액(4억원)의 합의금을 요구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B 씨는 "강간당했다는 유부녀는 지난 6월 24일 불륜 사실을 남편에게 알리고, 남편은 6월 25일 0시 40분경 상대 총각에게 전화로 합의금 4억원을 주지 않으면 성폭행범으로 고소하고, 국민신문고 등 관계기관에 진정하고 결혼식장에도 찾아가 평생 망하게 하겠다고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공개된 모바일 메신저 대화에는 A 씨가 "내일 봐 자기야", "난 혼자서는 못 살듯", "스킨십도 좋아하고 혼자 못하는 것 많다", "오피스와이프는 이만, 내일 봅시다", "오피스여보야 안전운전하세요"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에 남편으로 보이는 C 씨가 등장해 "(B 씨가) 1월부터 제 아내에게 고백했고, 아내가 이를 알렸고, 3월에 직접 만나 '유부녀 건들지 말고, 내가 브레이크 걸어줄 때 잘 잡으라'고 했다"며 "그 후로도 당신은 멈추지 않았고, 4월부터 저항하는 아내에게 좁은 차 안에서 몹쓸 짓을 저지르기 시작했다"고 재반박을 했다.
양측의 입장 차이가 큰 만큼 "사건을 지켜봐야 한다"는 반응이 우세한 상황이다.
김가헌 변호사는 "B 씨가 저 정도 구체적으로 댓글을 달았으면, 실제 강간이 일어났는지 무고의 가능성은 없을지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면서 "A 씨와 B 씨의 유무죄 여부는 현재 진행 중인 수사를 통해 밝혀지겠지만 강간이냐 무고의 피해자냐에 따라 결과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형법 제 297조에 따르면 강간은 상대방의 동의 없이 폭력, 공포, 사기 등의 부당한 방법을 사용해 부적절한 성적접촉 및 성관계를 맺는 범죄행위를 말한다.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형법 제 156조 무고죄는 타인이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의 사실을 신고하는 것을 말한다.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실제 성범죄 혐의를 받는 이들 중에는 연루된 사실만으로도 주변에 알려져 불이익을 당할 수 있기 때문에 합의를 통해 빠르게 마무리하려는 경우도 있다. 법률 전문가들은 간혹 이 점을 악용해 합의를 유도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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