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핑크 멤버 제니와 트와이스의 모모가 무대 안팎에서 즐겨 입고, 남성 아이돌 엑소의 카이, 샤이니의 태민까지 입고 무대 위에 섰다. 1980~1990년대 유행했던 크롭트톱(배꼽티)의 귀환이다.
28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크롭트톱이 최근 자리잡은 레트로(복고) 열풍을 타고 돌아왔다.
무대 위뿐 아니라 거리에서도 크롭트톱을 입은 이른바 '인싸(인사이더·인기가 많고 활발한 사람)'를 심심찮게 만나볼 수 있다. 레트로 유행과 함께 통이 넓은 와이드팬츠, 조거팬츠, 롱 스커트 등 다양하게 매칭한 점이 특징이다. 크롭트톱을 입으면 경쾌한 느낌을 주고 다리가 길어 보이는 효과가 있어 '패셔니스타'에게 인기가 많다.
패션 브랜드들도 유행에 맞춰 짧은 상의를 내놔 호응을 얻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에 따르면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겨냥한 온라인 전용 브랜드 '브플먼트'에서 여름 상의 제품의 90%를 짧은 기장으로 출시, 대다수가 출시 직후 동이 나 재생산에 들어갔다.
'배꼽티'만 있는 게 아니다. 여성복 브랜드 보브(VOV)는 올 봄 재킷, 점퍼 등 크롭트 아우터 12종류의 크롭트 아우터를 선보였다. 이 가운데 9종의 초도물량이 완판, 재생산에 들어갔다. 스튜디오 톰보이가 출시한 크롭 반팔 후드티셔츠, 레터링 반팔 티셔츠도 판매율이 80% 이상이다.
올해 크롭트톱은 운동복과 평상복의 경계를 허문 애슬레저(애슬레틱+레저)룩과 결합해 한층 인기를 얻고 있다. 트랙수트가 주력 제품인 '쥬시 꾸뛰르'의 경우 이달 초 출시한 크롭트톱과 조거팬츠 세트 구성 제품이 완판돼 2차 주문 물량이 다음달 입고될 예정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메가 트렌드인 레트로가 이어지면서 매 시즌마다 과거에 유행했던 대표 디자인들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올해는 건강과 운동에 대한 중요도가 부각되면서 원마일웨어, 애슬레저룩이 진화한 형태의 크롭트톱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성(姓)의 구분이 없는 ‘젠더리스’가 패션의 한 축으로 자리잡으면서 남성용 크롭트톱까지 확산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명품 브랜드에서도 남성용 크롭트톱을 선보였다.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소속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펜디가 선보인 2022년 봄·여름(S/S) 남성복 패션쇼에는 복근을 드러내는 짧은 길이의 크롭트톱과 여유있는 핏의 바지를 매치한 남성 모델이 무대를 선보인다.
패션디자이너인 간호섭 홍익대 미술대학 교수는 "젠더리스 트렌드는 패션과 뷰티업계에서 최근 몇 년간 한 축으로 자리잡았고, 앞으로도 전방위로 확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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