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온다는데 우산 뺏지 말아야"…안전판 정책금융 활용법 [더 머니이스트-황세운의 쇼유더머니]

입력 2021-07-30 06:52   수정 2021-07-30 09:44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인플레이션' 그림자가 짙어질수록 금리인상에 대한 근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만약 연내 기준금리의 인상이 이뤄진다면 원리금상환부담 상승으로 인한 국내 가계부채부실화 위험이 커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제로금리와 재정확대 정책이 맞물리면서 급격히 늘어난 시중 유동성이 인플레이션 불안심리를 자극하고 있습니다. 과도하게 풀려나간 유동성이 야기하는 섹터간 불균등한 회복을 비롯해 금융불균형 심화문제도 점점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사실 경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부터의 충격에서 벗어나 정상화의 궤도로 진입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통화정책 정상화의 필요성은 인정해야 합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금리상승에 따른 부작용 및 경제적 고통이 특정 부문에 집중되는 현상은 최소화시키는 노력은 병행돼야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금리상승에 가장 취약한 부문은 '가계부채'입니다. 2020년 한해 동안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9.4% 증가했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빠릅니다.

게다가 소득대비 부채수준도 매우 높은 상황입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이미 100%를 넘어서는 등 OECD 국가 중 1위를 차지했습니다.

금리상승세가 이어진다면 이자부담 증가에 따른 고통을 피해가기는 어렵습니다. 가계의 부채취약성이 가장 크다는 점을 감안할 때 상환부담 증가에 따른 고통을 합리적으로 줄여줄 수 있는 정책적 배려가 필요해 보입니다.

특히 서민들의 주거생활 안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주택담보대출이 안정된 금리로 제공될 수 있도록 충분한 지원이 필요합니다. 가계부채와 주택담보대출의 관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정책금융기관은 '주택금융공사(HF)'입니다.

주택금융공사는 금리하락기보다는 금리상승기에 더 적극적인 역할확대가 필요합니다. 가계부채의 질이 급격히 악화되는 것을 완화함에 따라 가계가 금리상승의 충격을 버텨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주택금융공사는 자금조달비용을 최소화함으로써 그 최종적인 혜택이 가계로 환원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실행해야 합니다. 주택담보대출의 고정금리 비중확대를 위해 선도적인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통화정책의 정상화는 해외보다 국내에서 선제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에 주택금융공사는 자금조달구조의 효율화를 위해 주택저당증(MBS)이나 이중상환청구권부채권(커버드본드)과 같은 채권의 해외발행을 꾸준히 증가시키는 것이 좋습니다.

금리상승기에는 서민지원강화를 위해 해외발행 비중을 더욱 높일 필요가 있습니다. 주택금융공사가 저리에 자금을 조달해야 서민들의 주택담보대출 이자부담이 그만큼 줄어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은행을 통해 공급되는 주택담보대출 상품도 지금보다 만기가 더 늘어난 고정금리상품이 될 수 있도록 '고정금리 만기연장' 활동도 강화해야 할 것입니다.

상업적 이윤추구가 가장 중요한 목적인 민간은행과 금융회사들은 본질적으로 비올 때 우산을 뺏는 방식의 영업행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이들은 금리상승으로 인한 자금조달 비용을 즉각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전가하거나 대출심사를 더욱 까다롭게 실시하여 부실여신의 발생을 억제해야만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계부채에 대한 금리안정을 유도하는 데에 있어서 정책금융기관의 역할은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금리상승기에 가계부채가 효율적으로 관리될 수 있도록 정책금융기관이 시장의 안전판 역할을 해야할 때 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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