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쇄를 풀면 코로나19가 확산할 것으로 봤다. 예상은 빗나갔다. 우리는 예전에도 틀렸고 앞으로도 틀릴 것이다. 코로나19는 새로운 질병이기 때문이다.”(제임스 네이스미스 옥스퍼드대 교수)
지난 19일 ‘자유의 날’을 선언하며 모든 봉쇄 조치를 해제한 영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줄어들고 있다. 하루 확진자가 단숨에 두 배 넘게 급증할 것이라던 의·과학자들의 우려는 어긋났다.
분석은 다양했다. 방역당국은 봉쇄 해제 영향이 반영되기엔 아직 이르다고 했다.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0)가 끝나 모임이 줄어든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성인의 90%, 전체 인구의 70%가 백신을 맞으면서 집단면역에 다다른 것 아니냐는 희망적인 전망도 나온다.
과학자들은 예상 밖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스티븐 그리핀 리즈대 교수는 “당혹스럽다”고 했다. 정부는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보리스 존슨 총리는 “성급한 결론을 내선 안 된다”고 했다. 코로나19가 재확산할 여지가 남았다는 의미다.
방역 조치 변경이 확진자 통계에 반영되기까지는 2주 정도 걸린다. 잠복기를 거쳐 증상이 확인된 후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폴 헌터 이스트앵글리아 의대 교수는 BBC를 통해 “(봉쇄 해제 영향은) 다음 금요일께 반영될 것”이라며 “다만 최소한 여름까지는 상황이 괜찮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아담 핀 브리스톨대 소아과 교수는 “감염으로 인한 자연면역과 백신 접종 후 생긴 면역, 행동 변화 등 여러 요인이 작용했다”고 풀이했다. 일정 인구가 면역을 갖게 돼 확산을 멈추는 ‘집단 면역’ 가능성이 고개를 드는 이유다. 영국 성인 백신 접종률은 88.1%에 이른다. 통계청에 따르면 만 25세 이상 영국 성인 중 코로나19 면역(항체)을 갖고 있는 사람은 90%를 넘어섰다. 만 16~24세 젊은 층의 항체 양성률도 67%로 비교적 높다.
영국 확진자의 99%가 델타 변이 감염자다. 초기 바이러스보다 2배 정도 감염력이 높다. 기초감염재생산지수(환자 한 명이 전파하는 환자 수)가 6이라고 가정하면 인구의 83%에게 면역이 있을 때 코로나19는 확산을 멈춘다. 수치로만 보면 영국 성인 사회가 집단면역에 근접했을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일본에선 27일 하루에만 7629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일본의 확진자가 7000명을 넘어선 것은 올 1월 9일 이후 6개월 만이다. 올림픽이 열리는 도쿄에선 코로나19 유행 후 가장 많은 2848명이 확진됐다. 일각에서 올림픽 중단까지 거론되는 데 대해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아직 올림픽 중단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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