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등에 따르면 지난해 7월 말 임대차 2법이 시행된 이후 연말까지 전국에서 이뤄진 아파트 전·월세 거래는 34만4903건으로 집계됐다. 서울만 놓고 보면 7만8508건이다.
계약갱신청구권제는 2년 임대 기간에 한 차례 더 계약을 연장해 4년간 거주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이때 임대료 상승폭이 기존의 5%를 넘지 못하도록 한 게 전·월세상한제다. 시장에서는 지난해 8~12월 이뤄진 계약 중 상당수가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갱신계약인 것으로 추정한다.
청구권을 사용한 갱신계약은 내년 8월부터 순차적으로 만료된다. 문제는 만료된 물량은 기존 임대료보다 두세 배는 더 줘야 할 공산이 커졌다는 것이다. 임대차 2법 시행 후 전세 물량이 줄고 임대료를 미리 올려 받으려는 집 주인이 늘면서 전셋값이 폭등했다. 국민은행 월간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올해 7월까지 수도권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25.7%(3억4502만원→4억3382만원), 서울은 24.5%(5억1011만원→6억3483만원) 상승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집주인이 4년 동안 못 올리는 전세금을 한꺼번에 받으려고 할 것”이라며 “갱신계약이 시세보다 낮은 점을 감안하면 기존보다 전세가가 두 배 넘게 올라가는 사례도 나올 수 있다”고 했다.
내년 하반기 전에 대책 마련이 시급하지만 정부는 시장 상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계약의 세부내용을 신고하도록 한 전·월세신고제가 임대차 2법 시행 후 1년 가까이 지난 올 6월부터 도입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21일 서울 100대 아파트의 임대차 계약(5월 기준) 확정일자 신고서를 분석한 결과 갱신율이 57.2%에서 77.7%까지 높아졌다고 자찬했다. 하지만 의무기재 사항이 아니다 보니 이 가운데 몇 건이 청구권 행사 물량이고 몇 건이 양자합의에 의한 갱신인지 구분하지 못했다. 두 달여간 쌓인 전·월세신고 통계도 아직 유의미하게 활용할 수 없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전·월세신고제를 먼저 시행해 임대차 시장의 데이터를 축적한 뒤에 임대차 2법을 시행하는 게 옳았다”며 “순서가 뒤바뀌면서 적절한 대응이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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