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9월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조국의 법무부 장관 임명 여부를 놓고 찬반을 묻는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초반엔 ‘반대한다’는 응답이 우세했다. 그러나 하룻밤 새 40만 개 이상의 찬성표가 쏟아져 들어오며 결과가 뒤집혔다. 평소 5000~1만 명 정도가 참여하는 여론조사였다.
댓글 조작이 무서운 것은 여론을 왜곡하기 때문이다. 독일의 사회과학자엘리자베스 노엘레 노이만은 “사람들은 자신의 의견이 사회적으로 우세하고 다수 의견에 속하면 자신 있게 목소리를 낸다”고 말했다. 현대인들은 다수 의견을 인터넷 포털 뉴스와 댓글을 통해 확인한다. 정치인뿐 아니라 기업인, 자영업자까지 기를 쓰고 ‘댓글 분식’에 나서는 이유다. 이렇게 왜곡된 여론은 잘못된 선택과 정책 판단으로 이어져 헤아릴 수 없는 사회적 비용으로 돌아오게 된다.
이런 행태를 꾸짖어야 할 청와대도 함구로 일관하고 있다. 그 이유가 정권의 정통성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청와대 자신이 입맛에 맞게 통계청장과 통계 방식을 바꾸고, 원전 경제성 평가까지 조작한 ‘통계 분식’의 장본인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터다. 누가 누굴 탓할 처지가 아니란 얘기다.
카를 포퍼는 저서 《열린사회와 그 적들》 서문에서 “우리는 금수(禽獸)로 돌아갈 수 있다. 인간으로 남고자 한다면 오직 하나의 길, 열린 사회로의 길이 있을 뿐”이라고 썼다. 대통령에게 아직 나라다운 나라에 대한 염원이 남아 있다면 똑같은 얘길 해주고 싶다. 대한민국이 신뢰 사회, 민주 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잘못한 일은 잘못했다고 하겠다. 거짓으로 불리한 여론을 덮지 않겠다”는 취임사 약속 정도는 지켜야 한다고. 덮고 가리고 거짓말하는 것은 포퍼가 가장 경계한 히틀러식 전체주의의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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