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7%라는 지급 대상 범위는 정해졌지만, 지급 기준과 관련한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87.7%와 나머지 12.3%의 경계선에서 누군가는 월급 1만원 차이로 25만원의 재난지원금을 받고, 누군가는 못 받게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근소한 차이로 재난지원금 수령 여부가 결정되는 방식이 합리적이냐는 지적에 정부와 여당 모두 납득할 만한 대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급 기준의 합리성 논란은 재원이 화수분이 아닌 만큼 취약계층 중심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기재부 논리가 채택됐더라면 애초 발생하지도 않았을 일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소득이 줄지 않은 공무원에게도 25만원씩 준다고 하니 지급 대상에서 배제된 사람들로서는 억울할 수밖에 없다.
지급 대상을 선정하는 과정에 합리성이 결여되다 보니 5차 재난지원금은 사실상 선별지급이 아니라 ‘선별배제’ 지원금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코로나19 피해계층을 솎아내는 작업을 포기한 채 국민 대다수인 87.7%에 현금을 뿌리면서 선별지급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정부는 시가 기준 20억원 이상 주택을 소유한 고액자산가를 지급 대상에서 빼겠다며 선별배제를 위한 명분과 기준 마련에 몰두하고 있다.
재난지원금이 어떤 정책 효과가 있는지도 논란이다. 통화정책과 비교해 재정정책의 장점은 돈이 필요한 분야와 계층을 선별해 지원할 수 있다는 데 있다. 5차 재난지원금은 이 같은 ‘선택과 집중’ 효과를 스스로 포기한 재정정책이 됐다.
물론 정부·여당이 코로나19 피해계층을 완전히 외면한 것은 아니다. 2차 추가경정예산엔 정부의 방역 조치로 인해 매출이 줄어든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용도로 5조3000억원이 편성됐다. 하지만 재난지원금 지급용 예산은 두 배에 이르는 11조원이다. 추경 재원 대부분이 실제 위기 극복보다는 국민 위로 성격의 재난지원금에 쓰이는 셈이다.
국민 대다수에게 지급될 이번 재난지원금은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울 가능성도 있다. 최근 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소비가 잠시 위축될 수는 있겠지만, 소비 시기가 유예됐을 뿐 저금리 기조 속 가계의 소비 여력과 시중 유동성은 여전히 풍부하기 때문이다. 전방위적인 물가 상승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계층은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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