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훈장받은 파란눈 '참전용사'…"칸 할아버지는 한국과 사랑에 빠진 남자였죠"

입력 2021-07-27 18:09   수정 2021-07-28 00:14


“오늘날 한국이란 나라를 만든 훌륭한 재건 과정에서 제 역할은 아주 작지만, 상을 준다는 얘기에 커다란 자부심을 느낍니다.”

27일 청와대 영빈관에 마련된 화면으로 고령의 호주 참전용사 콜린 니컬러스 칸(91)의 얼굴이 나타났다. 그는 정정한 모습으로 대한민국 국민훈장 석류장을 받는 소감을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정전협정 68주년이자 ‘제9회 유엔 참전의 날’을 맞아 미국의 고(故) 에밀 조지프 카폰 대위(군종신부)와 호주의 콜린 니컬러스 칸 준장 등 6·25 유엔군 참전용사 두 명에게 대한민국 훈장을 수여했다.

카폰 대위는 1950년 7월 군종신부로 6·25에 참전했다. 치열했던 낙동강 전선, 평안북도 문산지구 전투에서 그가 벌인 종교활동은 ‘6·25전쟁의 예수’란 별명을 낳았다. 그해 11월 문산전투에선 후퇴 명령에도 불구하고 전선에 남아 동료들을 위로하고, 중공군의 포격에 맞서 40여 명의 전우를 구출한 일화가 대표적이다. 본인은 부상한 채 중공군에 포로로 잡혔다. 이후 포로수용소에서도 부상 병사들을 돌보다 1951년 5월 사망했다. 한국 땅을 밟은 지 채 1년이 되지 않아서다.

치열하던 전장에서 전우들을 돌봤던 그는 전쟁터에서 참된 인류애를 실천한 성인(聖人)으로 평가됐다. 한국 정부는 태극무공훈장을 추서했다. 이날 대리수상자로 나선 조카 레이먼드 에밀 카폰은 “이 훈장은 명예를 기리는 특별한 훈장이며, 대한민국 국민이 6·25전쟁 참전용사와 전사자들에게 얼마나 고마워하고 있는지를 상기시켜 주는 훈장”이라고 말했다.

국민훈장 석류장을 받은 니컬러스 칸 준장은 고령과 코로나19 상황 탓에 직접 한국을 찾진 못했다. 그러나 화상으로 소감을 밝히는 그의 표정은 밝았다.

호주에서 육군참모대학을 졸업한 스무 살 남짓의 칸은 1952년 7월 호주왕립연대 1대대 소대장으로 6·25에 참전했다. 주로 전투 순찰과 정찰 업무를 맡았는데, 총상을 입고 4개월 만에 호주로 돌아가야 했다. 그는 한국과 맺은 짧은 인연을 바탕으로 6·25전쟁의 참상과 한국의 발전상을 알리는 민간 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했다고 우리 정부는 평가했다.

조카손녀 캐서린 엘리자베스 칸과 함께 한국을 찾은 조카증손녀 애미진 스미스는 “증조할아버지는 저에게는 위대한 사령관, 위대한 리더 이상”이라며 “6·25에 참전한 사람들을 기억하고 대한민국과 한국 국민에 대한 사랑을 반복해서 얘기하는 사랑에 빠진 남자”라고 말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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