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이동) 플랫폼’ 개념이 국내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불과 6년 전이다. 카카오가 택시 호출 서비스인 카카오T를 시작하면서다. 카카오T의 등장과 함께 태동한 한국 모빌리티산업이 카카오모빌리티의 성장으로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기존 교통 수단을 스마트폰 앱에서 호출하는 것을 넘어섰다. 모든 이동 서비스를 하나의 플랫폼에서 연결하는 ‘서비스형 모빌리티(MaaS, Mobility as a Service)’가 구현되고 있다.
국내 모빌리티산업은 카카오 택시가 등장한 2015년 전과 후로 구분된다는 평가다. 카카오는 국내에 모빌리티 개념이 생소하던 2015년에 카카오 택시 서비스를 내놨다. 소비자가 발을 동동 구르며 길에서 잡던 택시를 ‘앱으로 호출하는 서비스’로 바꿨다.
택시 시장은 카카오 택시 서비스가 나오기 전부터 변화의 기로에 서 있었다. 무분별한 택시 면허 발급 등에 따른 과잉 공급을 억제하기 위해 정부는 2005년부터 택시총량제를 시행했다. 하지만 택시 잡기 불편함은 여전해 카카오모빌리티는 운전사와 승객 모두를 위한 플랫폼을 개발했다. 단순히 연결만 하진 않았다. 효과적인 매칭을 위한 기술 고도화에 힘썼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기반의 정교한 데이터와 분석 기술을 활용했다.
택시 호출 서비스의 품질 향상을 위한 노력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자동 배차 형태의 카카오T 블루, 대형 승합택시 카카오T 벤티, 고급택시인 카카오T 블랙 등 다양한 서비스를 도입했다. 획일화된 서비스에서 벗어나 소비자의 선택권을 다양화한 것이다. 기사들의 친절한 서비스로 이용자 반응도 좋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플랫폼을 중심으로 혁신이 가능한 영역을 계속 발굴해 더 많은 소비자와 공급자가 윈윈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완성형 MaaS 플랫폼인 카카오 T는 택시, 대리, 주차, 길안내는 물론 장거리 이동에 필요한 시외버스, 셔틀버스, 기차, 항공부터 단거리용 전기 자전거 서비스까지 모든 이동을 촘촘히 연결하고 있다.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는 지난해 11월 열린 IT개발자 대상 행사인 ‘if (kakao) 2020 콘퍼런스’에서 “사람의 이동을 최소화하는 것을 넘어, 사물과 서비스의 이동 수요까지 해결하겠다”며 “소비자가 직접 이동하지 않더라도 카카오T를 이용해 사무실, 유명 카페, 피트니스센터 그리고 영화관도 원하는 곳으로 부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류 대표가 제시한 비전은 언급한 지 6개월도 되지 않아 실현되기 시작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T 앱에서 방문 세차, 방문 정비 등 ‘내차 관리’를 통해 서비스의 이동을 구현했다. 꽃, 간식 배달, 퀵서비스, 택배를 통한 사물의 이동도 지원하고 있다.
누적 투자 유치 금액은 1조원을 넘었다. 기업 가치는 4조원 이상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6월 TPG 컨소시엄과 칼라일그룹의 추가 투자 과정에서는 국민연금도 주요 투자자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외 주식시장에서는 8조~9조원대 기업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성장을 이어갈 동력 확보를 위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재무 및 전략적 투자자와의 결속을 강화할 예정이다. 투자금으로 다양한 신규 사업에 진출하고 역량 있는 스타트업들과 파트너십도 확대할 계획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기술 분야에서 업계를 주도하고 있다. GPS 신호가 닿지 않는 터널이나 지하 차도에서 5세대(5G) 이동통신 등 모바일 네트워크를 활용해 사용자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는 ‘융합실내측위(FIN)’ 기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 유상 자율주행 서비스도 세종시에서 국내 최초로 내놨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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