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사 탐구생활]현대삼호중공업, 철강재 값 인상 '날벼락'...꼬이는 IPO

입력 2021-07-29 08:33  

≪이 기사는 07월27일(08:21)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현대삼호중공업이 지난 2분기 연결기준 영업손실 2669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지난 21일 발표했다. 올들어 수 천 억원짜리 LNG운반선을 잇따라 수주했다는 낭보를 전하며 승승장구해 오랜 부진의 늪을 탈출하는가 싶었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 회복 여파로 철강재 가격이 치솟아 직격탄을 맞았다.

현대중공업 그룹 비상장 계열사인 이 회사는 컨테이너선, LNG·LPG운반선 등 대형선박 건조 전문기업이다. 10년 전만해도 매출 4조8000억원에 8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할 정도로 탄탄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후유증이 지속되고, 유럽 재정위기가 터지며 주요 선사들의 발주 취소로 타격을 받았다. 얼마 후엔 유가가 폭락하면서 해양플랜트와 특수선 발주처가 무너져 조 단위 손실이 나는 등 온갖 악재가 다 터졌다. 그사이 중국 조선사들은 대규모 내수시장과 공산당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시장을 잠식했다.

현대삼호중공업은 결국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2017년 프리IPO(상장전 자금유치)를 통해 IMM프라이빗에쿼티로부터 4000억원의 자본을 수혈했다. 고부가가치 선박과 신기술 개발 등으로 성장동력을 찾기로 했다. 대신 사모펀드 자금은 공짜가 아니었다. 2022년까지 IPO를 실시하거나 다른 방법으로 자금회수가 가능하게끔 영업실적을 대폭 개선해야한다. 두 가지 목표 달성에 모두 실패하면 거액의 위약금을 물어야한다.

저가수주 악몽은 이제 그만?
수주산업 업계 기업들도 치킨게임 상황이 아니고서야 처음부터 적자 수주를 하진 않는다. 그러나 장기간에 걸친 공사 도중 예상치 못한 공기 지연이나 원자재 가격 급등과 같은 상황이 발생하고 경기 변동으로 발주처가 속된 말로 '배짜라' 식으로 나오면 결국은 적자 수주를 한 꼴이 된다. 2010년대 국내 조선·엔지니어링·건설 기업들은 대부분 이런 악몽을 경험했다.

현대삼호중공업은 이 같은 과오를 반복하지 않는다고 다짐하고 있다. 올해 선박에 쓰이는 후판 가격이 연초 대비 60%나 뛰면서 차질이 생겼지만 예전 호황기 시절 같은 저가수주는 하지 않아 하반기부터는 수익성을 회복할 것이한 주장이다. 현대삼호중공업의 모회사 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철강재 가격 급등 전망에 따라 예측 가능한 손실액을 미리 보수적으로 반영해 일시적으로 적자 규모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증권가와 신용평가사들의 전망은 엇갈린다. 현대삼호중공업 회사채를 A등급으로 좋게 평가한 나이스신용평가는 "현대삼호중공업은 2017년 이후 평균 40억달러 내외의 많은 신규수주를 기록해 수주잔고가 지난 3월말 기준 8조1000억원 수준으로 회복됐다"며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신조 발주 증가세가 이어져 외형이 확되고 선가 상승에 따른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DB금융투자 역시 "조선산업은 지난 10년간 업황 악화로 조선사 퇴출이 이어져 공급이 감소했다"며 "당분간 신규 진입 업체가 나타날 가능성은 희박해 재료비 인상을 선박 가격에 전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현대삼호중공업 회사채 신용등급을 BBB+로 평가한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강재가격 인상에 따른 공사손실충당금 추가 설정 및 기존 저가 수주분의 영향 등으로 인헤 당분간 수익성 개선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IMM과의 약속 어쩌나
현대삼호중공업의 실적이 주춤하면서 당장 내년으로 다가온 IMM과의 계약상 IPO시한이 고민으로 떠오르고 있다. 상장에 실패할 경우 원금을 돌려주고 내부수익률(IRR) 연 9%에 해당하는 위약금을 내야 할 수 있다. 대충 계산해도 위약금만 2000억원이다. 그룹 입장에선 올해 두산인프라코어를 인수한데다 대우조선해양 인수자금도 마련해야하기 때문에 이같은 부담을 감당하기 힘들 수 있다. 상장에도 실패하고 변경 합의에도 실패하는 최악의 경우엔 IMM과 두산중공업의 중국법인 투자 소송과 같은 진흙탕 싸움이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IMM이 투자한 4000억원은 20곳 이상의 기관투자가들의 자금으로 구성돼있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해 변경 합의도 쉽지 않다. IMM을 통해 현대삼호중공업에 투자한 국민연금과 사학연금을 비롯해 교직원·행정·과학기술인공제회, 우정사업본부 등 국내 주요 투자기관들은 현대삼호중공업의 상장만 바라보고 있다.

다만 IMM은 현대삼호중공업 주식 일부는 2018년 한국조선해양(당시 현대중공업) 주식으로 교환받았다. 그러나 나머지 2600억원 가량의 투자금은 여전히 현대삼호중공업 지분으로 보유하고 있어 '5년 이내 IPO' 약속은 유효하다. 당시 주식을 교환받은 것은 현대중공업 그룹이 지주사 전환 요건을 맞추느라 현대삼호중공업의 지주부문(현대미포조선 지분)을 분리해 현대중공업(현재 한국조선해양)에 합병시켰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 상장 이후 IPO추진?
현대삼호중공업의 모회사인 신설 현대중공업이 오는 9월 상장을 추진한다는 점도 악재다. 현대중공업의 모회사이자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이 상장돼 있는데, 주력 자회사 현대중공업마저 상장하면 이후에 상장하는 중간지주사의 손자회사 현대삼호중공업이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현대삼호중공업 상장의 성패는 결국 올해 연말 실적이 좌우할 전망이다. 하반기에 상장하는 모회사 현대중공업이 얼마나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많은 자금을 조달할지 여부와 상장 이후 주가를 향방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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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10년 전에 현대중공업 주식을 샀었는데 무슨 소리냐?"라는 의문을 제기하는 투자자를 위해 설명하자면, 기존의 상장사 현대중공업은 최근 몇 년 사이 두 차례나 쪼개지면서 현재 '현대중공업'이란 이름의 회사는 비상장사가 됐다.

옛 현대중공업은 2017년 인적분할로 현대중공업지주와 사업회사 현대중공업으로 분할됐다.
<<위 도표 설명 = 개편 이후 그룹은 지주사가 손자회사 현대미포조선 지분을 확보해야하는 요건 충족을 위해 현대삼호중공업의 일부(현대미포조선 지분 보유한 지주부문)를 분할한 뒤 사업회사 현대중공업에 합병시켜 현대미포조선을 손자회사에서 자회사로 변경했다.>>

사업회사 현대중공업은 이후 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게 되면서 다시 물적분할돼 중간지주사 한국조선해양과 비상장 회사 현대중공업으로 개편됐다. 상장된 현대중공업은 한국조선해양으로 이름이 바뀌고 중간지주회사가 됐다. 실질적으로 대형 선박 건조와 해양플랜트 사업을 하는 회사가 비상장사인 신설 현대중공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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