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12배 뛴 알트코인 '엑시 인피니티'…숨은 보석? 과대평가? [임현우의 비트코인 나우]

입력 2021-07-28 16:27   수정 2021-07-28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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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사도 떡상'하던 시절이 끝나고 갈팡질팡하는 암호화폐 시장에서 '나홀로 독주'를 이어가는 알트코인이 있다. 주인공은 엑시 인피니티(AXS). 한 달 전만 해도 4000원대이던 것이 요즘은 5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28일 업비트에 따르면 AXS 가격은 1주일 새 105.53%, 1개월 새 1090.90% 올랐다. 알트코인이 대부분 약세인 상황에서 '독보적' 상승률이다. 최근 업비트에서 AXS 하루 거래대금은 연일 1조~3조원대를 기록, 이 거래소에 상장된 모든 암호화폐 중 1위를 지키고 있다. 비트코인 거래대금의 5~10배에 달하는 규모다.

유독 한국 투자자들이 AXS에 열광하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세계 AXS 거래대금의 40% 이상을 업비트 원화시장이 차지하고 있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만 아는 '코린이'라면 이 암호화폐 이름부터 낯설 것이다. 엑시 인피니티는 2018년 베트남 스타트업 스카이마비스가 개발한 블록체인 게임 이름이다. '포켓몬'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었다고 한다. 이 게임 생태계를 돌아가게 하는 '경제적 유인'으로 두 종류 토큰(암호화폐)이 활용된다. 하나는 SLP(스몰 러브 포션), 다른 하나는 AXS(엑시 인피니티 샤드)다. 후자가 업비트에 상장된 AXS 토큰이다.

스카이마비스는 국내 블록체인 투자회사 해시드를 비롯해 여러 기업에서 투자를 받았다. AXS가 대체 뭔지, 이걸 어디에 쓰는지, 가격은 왜 뛰었는지, 해시드에서 엑시인피니티 투자를 결정한 김균태 파트너에게 물어봤다.

▶엑시 인피니티가 무엇인가.

"'엑시'라는 이름의 앙증맞은 캐릭터를 NFT(대체 불가능 토큰)으로 만든 게임이다. 능력치·희귀도가 제각각인 엑시로 다른 이용자와 대결하며 레벨을 올려가는 방식이다. 캐릭터 자체가 NFT이기 때문에 소유권이 오롯이 이용자에게 있고, 시장에서 거래할 수도 있다. 처음 시작하려면 엑시를 최소 세 마리 갖고 있어야 한다. 두 엑시를 교배(breed)하면 자식을 낳을 수 있는데, 엑시 한 마리당 7회까지 교배할 수 있다. 교배 횟수가 많이 남았거나 희귀도가 높은 엑시일수록 더 비싼 값에 팔 수 있다."


▶SLP와 AXS의 역할은.

"SLP는 게임을 즐기며 얻는 일종의 디지털 자원이다. 교배를 하려면 SLP를 반드시 투입해야 한다. 교배가 많아질수록 SLP 수요가 증가하는 구조다. AXS는 게임 전체의 경제 생태계를 지탱하는 일종의 화폐다. 교배가 이뤄질 때마다 AXS가 일부 소각된다. AXS의 희귀성이 올라가는 것이다."

▶AXS 시세는 왜 급등했나.

"게임이 잘되면서 엑시의 교배량·거래량이 급증했고, 토큰값이 오르니 이용자가 더 몰리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 영향으로 볼 수 있다. 개발사 스카이마비스는 캐릭터를 거래할 때, 교배할 때 등에 수수료를 받는데 지난달 매출이 100억원을 돌파했다. 일간 이용자 수(DAU)도 지난달 35만명까지 늘어났다."


▶처음 인기를 끈 나라가 필리핀이었다는데.

"지난해 코로나 사태로 필리핀 실업률이 한때 70%까지 치솟았다. 일자리를 잃은 필리핀인들이 엑시 인피니티에서 SLP를 획득해 소득을 올린 '인증샷'을 SNS에 많이 올렸다. SLP 팔아 번 돈이 월 90만~100만원씩 됐다. 필리핀 경제력을 감안하면 작지 않은 금액이라 열풍을 일으켰다. 필리핀 이용자가 가장 많긴 하지만 동남아, 미국, 유럽 등으로 다변화하는 중이다. 필리핀 이용자들이 생산자, 미국이나 유럽 이용자들은 구매자 역할을 하고 있다."

▶다른 NFT 게임 대비 강점은.

"커뮤니티가 탄탄하다는 점이다. 엑시 인피니티를 기반으로 두 번째, 세 번째 후속작 개발을 계획 중이다. 이 게임은 원래 이더리움 위에 구현했는데, 이더리움 특성상 가스비(수수료)가 비싸고 거래 속도가 느리다는 문제가 있다. 회사 측은 '로닌(Ronin)'이라는 사이드체인을 만들어 엑시 인피니티가 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돌아가도록 했다. 그 덕분에 거래가 더욱 활발해졌다."

▶사이드체인은 이더리움 망을 보완하는 것인가.

"맞다. 사이드체인을 통해 이용자가 보유한 엑시 NFT를 다른 서비스에서도 쓸 수 있도록 생태계를 확장 중이다. AXS 활용도가 높아질 것이란 미래 기대감도 가격을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는 많다. 엑시 인피니티는 성공적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볼 수 있나.

"그렇다. 사실 스카이매비스라는 업체가 3년 동안 많이 어렵다가 3개월 전쯤부터 대박을 터뜨린 것이다. 블록체인 게임 콘셉트를 잡고, 개발을 마치고, 이용자를 모으는 과정이 길고 힘들었다. 그런데 이 회사는 커뮤니티 관리를 잘했다. SNS로 소통하며 팬을 꾸준히 늘렸고, 웹 버전만 내놨다가 모바일 버전도 출시하며 이용자 의견을 적극 반영했다. 갑자기 가격만 뛴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내공을 쌓은 곳이다."

▶AXS 토큰이 없으면 게임을 못 하나.

"AXS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엑시 캐릭터는 필요하다. NFT 구매는 주로 이더리움을 주고 사지만 AXS나 다른 암호화폐로도 살 수 있다."

▶게임하면서 AXS를 획득할 수 있나.

"게임을 열심히 하면 SLP를 얻을 수 있는데, SLP도 매매가 가능하고 AXS로 바꿀 수도 있다."


암호화폐 정보 사이트 코인게코는 지난 17~19일 온라인 설문조사를 통해 엑시 인피니티 이용자를 분석했다. 주류는 아시아인(56%)과 19~29세(54%)였다. 응답자의 80%는 매일 엑시인피니티 게임을 즐긴다고 했고, 41%는 하루에 151~200SLP를 번다고 밝혔다. 코인게코는 AXS 가격에 영향을 미칠 핵심 변수로 '수요'와 '이더리움 가격'을 꼽았다.

엑시 인피니티의 급성장은 올 상반기 불어닥친 NFT 열풍에 힘입은 측면이 크다. 밑도 끝도 없이 떠버린 도지코인 등과 달리 명확한 '실체'가 있다는 것은 AXS 토큰의 강점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암호화폐 매체 비트코인닷컴은 "일각에서는 엑시 인피니티가 폰지 사기와 비슷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타내고 있다"고 전했다.

한 달 만에 10배 넘게 치솟은 가격은 뒤늦게 진입한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안길 수 있는 위험 요인이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는 것은 만고의 진리이고, 그 골이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훨씬 깊기 때문이다. 지금 투자하는 건 위험하지 않겠냐는 지적에 대해 김균태 파트너도 "단기간에 너무 오른 건 사실"이라고 동의했다.

김 파트너는 "엑시 인피니티는 엑시 NFT와 AXS 토큰을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를 로닌에서 개발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라며 "장단점을 면밀히 살펴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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